
국토 최남단 제주가 유채꽃의 노란빛으로 물들 때 가파도는 초록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섬 전체가 초록빛으로 출렁인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은 가파도 청보리는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과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가파도는 제주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놓인 작은 섬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남항(운진항)에서 5.5㎞ 떨어진 가파도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15분 안팎이면 닿을 거리다. 가파도를 멀리서 바라보면 챙이 넓은 밀짚모자와 비슷하다. 섬 대부분이 바다와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다.

섬에서 제주 본섬 방면을 바라보면 청보리 물결과 푸른 바다, 바다 너머 산방산, 송악산,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봄 초록으로 섬을 물들였던 청보리는 초여름 언저리엔 황금빛으로 익어가며 또 한번 장관을 연출한다.
섬 전체를 둘러보려면 걷는 게 좋다.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자전거를 빌려 타는 방법도 있다. 상동 선착장에 대여소가 있다. 길은 두 갈래다. 보리밭 들판을 따라 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과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길이 있다.
해안과 마을 말고는 들판 전체가 청보리밭이다. 가파도의 보리는 '향맥'이라는 제주 재래종이다. 일반 보리보다 키가 훨씬 커서 1m를 넘는다. 섬을 가득 채운 초록빛 보리가 바닷바람에 일제히 넘실거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다의 파도와 같은 리듬으로 크게 물결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보리밭 사이사이 자리한 커다란 바위는 고인돌이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180여기의 고인돌 중 무려 95기가 가파도에 있다.
해녀를 수호하고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해신당(매부리당)과 서낭당(황개당)을 비롯해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까마귀돌', '보름바위', '어멍아방돌' 등도 해안을 따라 만날 수 있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마주하는 돌담도 특이하다. 제주도는 대부분 검은색 현무암으로 담을 쌓지만 이곳은 바닷물에 닳은 마석(磨石)을 쓴다.
마을이나 방파제 곳곳에 훌륭한 수석들이 놓여 있다. 성글게 쌓았다. 가파도 센 바람이 숭숭 뚫린 구멍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잘 무너지지 않는다.

가파도 청보리축제가 지난달 30일 개막, 오는 5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축제는 '청보리밭 사이 길 걷기' 외에도 문어통발 체험, 소라잡기 체험, 나도 가수다, 댄스왕 찾기, 소원지 달기, 소원 기원 방사탑 쌓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되고 있다.
가파도 특산물인 보리쌀, 청보리차, 돌미역, 모자반 등도 축제 기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여행 정보
△가는 법=축제 기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모슬포항 남항(운진항)에서 하루 8회 운항한다. 왕복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1만2천100원(해양국립공원 입장료 별도)이다. 신분증은 승선객 모두 반드시 지참해야 하고 승선에 앞서 여객선대합실(794-5490~3)에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맛집=해녀촌(794-5745), 올레길식당(792-7575), 춘자네식당(794-7170) 등이 있다. 가파도 어촌계 해녀들이 직영하는 해녀촌은 용궁정식과 해물정식이 유명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제주신보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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