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시니어 안전운전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9-03-20 06:0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이달 초 광주에서 73세 할머니가 몰던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동승한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비슷한 시기, 같은 도시에서 75세 할아버지가 운전하던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했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기 때문.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96세 할아버지가 몰던 차에 30대 여성이 치여 숨졌다. 할아버지는 기둥을 들이받은 뒤 후진하다가 이 행인을 치었다.

#최근 남해고속도로에서는 저속으로 운행하던 72세 운전자의 트럭을 뒤따르던 차량이 미처 피하지 못해 뒤차 운전자가 사망했다.

최근 우리가 접한 대표적인 시니어 교통사고 사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7천590건에서 지난해 2만6천651건, 5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다.

시니어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급증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75세 이상의 경우 면허 갱신 때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고, 적성검사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그러나 단순히 검사 기간을 단축하고 일회성 교육만 추가한다고 고령 운전자 사고가 감소할까.

시니어 교통사고 줄이기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답답해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묘안 짜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15일부터 면허증을 반납하는 만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1천 명을 선발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부터 면허증 반납자에게 10만원 교통카드와 대중목욕탕, 음식점 할인카드를 제공, 반납 인원이 5천 명을 넘었다. 경기도도 면허증 반납 시니어에게 하반기부터 10만원대 교통카드 지급을 검토 중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부산 서울 경기 등과는 달리 대구경북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그래서 대구시와 경북도에 제안해본다. 이미 일본이 시행해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들이니 의심은 거두시라.

먼저 고령 운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장애우·임산부·초보 운전자를 배려하듯이 시니어 운전자도 보호받아야 한다. '시니어 운전 스티커'를 달게 하고 일반 운전자들이 이 차를 배려하도록 하자. 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사업을 펼치면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

나아가 관공서, 공공기관, 대형마트 등에 시니어 주차 구역도 설치하자. 시내버스를 타면 노약자 좌석이 있듯이 스티커를 단 시니어 운전 차량들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 성과를 봐가면서 점차 아파트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런 배려를 한 뒤에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면 훨씬 많은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면허증 반납도 타 시·도가 하고 있는 10만원 대중교통권 이외에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안전교육이 강화되고 적성검사 주기가 단축된다고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는 없다. 시니어 운전자를 보호하고, 이를 토대로 고령 운전 인구를 줄여나갈 때만이 시니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지자체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정부도 지금처럼 마냥 책상 앞의 정책만 내놓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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