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나 문화권마다 한 해의 시작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기독교 중심의 서구 문명권은 양력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유교 문화권의 동양은 음력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아마도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일 것 같다.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의 해'가 힘차게 시작한지도 벌써 한 분기가 지나가고 있다. 3월이 되면 초, 중, 고 학교와 같이 대학교도 신입생과 진급한 학생으로 활기가 넘치고, 교실마다 학생들 웃음소리로 시끌시끌하다. 최근 주요 신문에 '0.98명 쇼크'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일의 '1명 미만 출산국'이란 제목의 기사가 1면을 장식했다. 국민들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최악의 미세먼지 공포, 유치원 사태 등 최근의 다른 주요 이슈에 가려 관심이 덜 한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져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 벽이 깨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일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로, 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국가는 OECD를 통틀어 한국이 유일하다.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전년(1.05명)보다 더 떨어진 0.9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작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이며, 출생아 수도 32만6천900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만명이나 줄었다. 1년 출생아 30만명 선 유지도 위태로워진 것이다.
저출산 가속화로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지난해 2만8천명에 그쳤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에 따라 우리나라 총 인구 감소시점이 당초 예상시점인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추락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주 출산 연령인 30~34세 여성 인구가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인구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30~34세 연령층이 태어난 1984~1990년에는 정부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정책을 펼쳐 출생아가 감소했다. 여기에 결혼 건수도 매년 감소하고 있고, 결혼 시기도 꾸준히 늦어지고 있다. 취업이 점점 늦어지고 주거비나 양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만 6세 미만 아동에게는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주는 등 2년간 퍼부은 돈이 58조원을 넘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뒤질세라 아이를 낳으면 현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피할 수 없더라도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교육·복지 등 나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그 속도를 늦추려면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육아 환경을 갖춰주는 게 최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단기적인 인기영합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매년 3월 신학기 교실마다 학생이 넘쳐나는 활기찬 대한민국을 꿈꾼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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