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치는 얼마인가?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니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 당신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그것의 가치는 얼마일까? 당신이 소속되어 있는 기관, 병원, 회사의 가치는 얼마일까?
우리의 하루는 가치를 좇는 일고 가득 차 있다. 조금이라도 좋은 차, 좋은 집을 장만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얼마 전 종영한 JTBC의 'SKY 캐슬' 역시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한 이야기였다. 한국의 대학교는 수천 개지만 그들에겐 절대 비슷한 대학이 아니다. 대학 이름에 담겨 있는 브랜드 가치를 따지는 것이다.
필자는 궁금했다. 도대체 가치라는 것을 누가 정하는 것인지. 서문에서 사람의 가치를 묻는 말이 잘못되었다 했지만, 실제로 우리는 사람의 가치를 사회적 기준으로 분류한다. 심지어 대놓고 따지는 곳도 있다. 바로 결혼정보업체이다. 그곳에서 사람은 10~15등급까지 나뉘는데 주로 학력과 경제력이 그 기준이 된다.
필자의 백수 시절,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테이블 위의 티슈를 뽑아 코를 팽하고 풀어 버리는 게 아닌가. 순간 휴지가 너무 안타깝게 여겨졌다. '하필 티슈로 태어나서 사람의 콧물받이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반면 어떤 종이는 몸에 위인을 그려 사람에게 사랑받는 돈이 되기도 한다. 너무 억울해 보였다. 같은 종이인데 누구는 콧물 받이, 누구는 사람들이 절대 버리지 않는 돈이 되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그런 역설을 꼬집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각 티슈에 지갑 스티커를 붙여두고, 티슈를 쓰는 게 마치 돈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카피를 썼다. '종이도 돈입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말고 아껴 쓰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티슈 입장에서는 내가 한없이 고마웠을 것이다. 가장 낮은 가치의 종이를 가장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돈과 똑같다고 했으니 말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에게도 이 광고는 큰 도움을 주었다. 손님들의 휴지 사용량이 많다고 투덜댔지만, 이 스티커로 사용량이 반 이상 줄었다. 스티커 한장의 광고였지만 콘텐츠의 힘을 발휘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티슈와 지폐의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그리고 당신의 브랜드는 그중 하나다. 당신은 오늘도 어떻게 하면 나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누가 매기는 것일까? 다시 묻고 싶다.
필자는 여름 군번이다. 여름에 입대해 40도가 가까운 날씨가 훈련을 받곤 했다.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두 땀이 배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산에서 훈련을 받고 내려올 때 늘 똑같은 구멍가게를 지나쳐야 했다. 너무 목이 마르니 가게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스포츠음료를 다 마시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작은 가게가 나에겐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그 순간 그 구멍가게는 내게 애플, 삼성보다 가치 있는 브랜드였다.

기억하라. 당신이 매출 1억이 안 되는 스타트업 대표이든 200억이 넘는 기업의 사장이든 쫄 필요가 없다. 세상 모든 가치가 상대적이듯 당신의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논산의 구멍가게가 내게 오아시스 같았듯, 당신의 고객에게 오아시스 같은 브랜드가 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세상이 정해 놓은 가치를 의심해봐야 한다. 작은 차보다는 큰 차가 가치 있고 지방대보다는 서울대가 가치 있다는 건 세상이 규정해놓은 가치다. 하지만 당신의 브랜드를 감히 누가 함부로 평가하겠는가. 대전역 성심당에서 소보루 빵을 먹는 고객에게는 그곳이 뉴욕의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보다 가치 있는 브랜드이다.
남들이 기준을 만들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라. 그렇게 세상이 정해 놓은 가치를 뒤집어라.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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