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단속 이후 효과 눈에 띄어, 법제화·캠페인 등 효과적 대책 마련할 것"
12일 오후 9시 대구 달서구 월성동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직원들이 따뜻한 음료는 종이컵에, 찬 음료는 플라스틱컵에 담아 제공하고 있었다. '테이크아웃' 여부는 따로 묻지 않았다. 테이블 10여 곳에서 손님들이 받아 든 플라스틱·종이컵 등이 쉽게 눈에 띄었다.
다음날 오후 1시 같은 매장을 재차 방문했더니 전날과는 달리 매장 손님에게 머그컵을, 테이크아웃 손님에게는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해당 매장 직원은 "위법인 것은 알지만 매장 폐점 직전에는 손님이 늦게 나갈 경우 설거지 시간이 부족할 수 있어 일회용 컵만 제공한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일회용컵, 특히 플라스틱컵 단속을 도입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상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회용컵을 쓰는 사례가 만연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은 매장 손님에게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제공하다 적발되면 매장 면적, 위반 횟수 등에 따라 5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일회용품 천국이다. 13일 찾은 중구 교동 한 커피전문점에서는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담아 제공하고 있었다. 종이컵 또한 일회용품이지만 현행법상 단속 대상은 아니어서 머그컵, 유리컵 대신 종이컵을 제공하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해당 점주는 "최저임금이 올라 직원도 줄인 판에 머그잔을 씻을 여력이 없다. 현실적 대안도 없이 무작정 규제부터 하니 이런 꼼수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환경부는 '일회용품 저감 로드맵'을 내놓고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등을 도입해 일회용컵 사용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중 일회용품 규제 관련법을 개정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부터 단계적으로 중소형 매장까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을 감독하고,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은 외면한 채 실적 중심의 정책 확대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에 잠시 머무르던 손님이 머그컵을 쓰다 음료가 남으면 일회용컵에 옮겨 담는 '이중 사용'이 현장에선 빈번하다. 또한 방수 처리한 종이컵 역시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지만 단속 대상에서 빼놓은 것도 모순"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도 이미 한 차례 실패했던 정책이다. 정부는 앞서 2002년 일회용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보증금 액수가 적고 강제 사항이 아닌 탓에 성과를 못 본 채 5년 만에 폐지됐다.
이런 지적과 관련, 환경부는 "한계가 있지만 정책 추진을 중단시킬 수준이 아니며,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시민 공감대도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제도 보완과 함께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효과적인 일회용품 저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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