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우리나라 동요 '상어가족'이 1월 초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위에 들어 32위까지 올라가더니 현재도 30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우리 동요가 이런 높은 평가받기는 처음이다. 스마트 스터디에서 자유교육 콘텐츠 핑크퐁으로 발표했던 곡이 이렇게 유명해지다니 놀라운 일이다. 상어가족이 히트를 치자 이 곡은 원래 영미 권에 있던 구전동요를 편곡했다느니 표절했다느니 등의 군소리도 있다. 하지만 동서고금의 문화는 서로 섞여서 돌아가니 이런 이야기는 귓전으로 흘려도 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마트 스터디는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상어가족을 만화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동요도 옳게 없던 나라에 이런 날이 오다니.
"갓떼구루마 발통 누가 돌렸노? 집에 와서 생각하니 내가 돌렸다."
이 노래를 모르면 대구 사람이 아니다. 해방 후 우리 말 동요가 없던 시절 애들은 고무 줄 놀이를 하거나 운동경기를 할 때 주로 '무찌르자 오랑캐'라던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등의 군가를 불렀다. 간혹은 '갓떼구루마'도 불렀는데 딴 노래 가사도 이해를 다 못했지만 특히 이 노래의 노랫말은 어른이 된 뒤에도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일본어로 구루마가 자동차인데 차바퀴를 돌렸다니 그 것도 말이 안 되고 대구서는 수레를 구루마라고 했으니 말이나 소가 끄는 수레(구루마)의 발통을 돌리다니 그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이기다 는 말이 일본어로 '카츠'라고 한다. 그렇다면 '갓떼구루마'는 일본어이고 '누가 돌렸노?'는 대구 말이다. 두 나라 말을 합쳐도, 풀어도 해석이 안 된다.
"갓떼구루조또 이사마시꾸(이기고 오겠노라 씩씩하게 勝ってくるぞと勇ましく)/ 지깟떼 구니오 데따까라와(맹세하고 고향을 떠나왔으니 誓って故郷を 出たからは)/ 데가라다떼즈니 시나료까(공을 세우지 않고 죽을까소냐 手柄立てずに 死なりょうか)/ 신군랏빠 기꾸따비니(진군 나팔 울려 퍼질 때 進軍ラッパ 聞くたびに)/ 마부따니 우까부 하따노나미(눈동자에 서린 깃발의 파도 瞼に浮かぶ 旗の波") -'로에이노 우따 (露営の歌-노영의 노래)' -작시 야부추치 키이치로(藪内喜一郎), 작곡 코세키 유우지(古関裕而)-
이 노래는 1937년 9월에 발매된 일본 컬럼비아 레코드사 레코드 '진군의 노래(進軍の歌)'의 B면 수록곡이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군의 사기 고취를 위해 마이니치신문이 군가의 가사를 공모했고, 혼다 노부야스(本多信寿)와 야부우치 키이치로(薮内喜一郎)의 가사가 입선되었다. 그 중 야부우치의 작품을 시인 키타하라 하쿠슈와 작가 키쿠치 칸등이 '노영의 노래(露營の歌)'라고 제목을 붙이고, 작곡가 코세키 유우지(古関裕而)가 곡을 붙여서 만든 일본 군가다. 그 곡이 우리 동요가 되었다.
노영이란 우리 식의 말로는 숙영(宿營)이라는 말이다. 노영의 노래와 비슷한 우리군가를 비교해보자. "동이 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 후/외투입고 투구 쓰면 맘이 새로워/거뜬히 총을 메고 나서는 아침 눈 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 위에 서광을 비추고자 행군이라네."
'갓떼 구루조또'가 '갓떼 구루마 발통'이 된 것이었다. 일본군가를 우리말 동요로 알고 불렀는데 누구하나 말리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어른은 없었다. 어른이 되어 양쪽 군가를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흥미롭다. 저 쪽은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살벌한 행군을 하고 이 쪽은 산숭해심(山崇海深)에 서광을 비추고자 여유작작한 행진을 한다.
전 대구적십사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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