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⑮버선…오이씨 모양 고운 자태, 발 따뜻하게 감싸줘

입력 2019-01-21 19:30:00

버선

버선은 우리네 고유의 복식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이다. 다른 말로 '족의(足衣)'라고 하고 한자로는 '말(襪)'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신고 다니는 '양말(洋襪)'이라는 이름에는 '서양식 버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시대에 따라 의복은 변천이 많았으나 버선은 변천이 가장 적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급에 상관없이 흰색 천으로 만든 버선을 신었다.

버선은 부위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있다. 이를테면 부리․수눅․코․회목․볼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재봉방법에 따라 솜버선․겹버선․홑버선․누비버선․타래버선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버선의 종류와 특징을 간추려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솜버선은 솜을 두어 만든 버선인데, 겹으로 만든 버선으로 수눅 양쪽에 솜을 고루 두어서 만든다. 방한과 맵시가 나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겹버선은 솜을 두지 않고 겹으로 만든 버선이다. 홑버선은 홑으로 만든 것으로, 속에 신은 버선의 더러움을 막기 위하여 덧신는 버선이다. 누비버선은 솜을 두고 누벼서 만든 것인데, 겨울에 방한용으로 신는다. 타래버선은 어린이용으로 예쁘게 만든 버선이다. 솜을 두어 누빈 뒤에 색실로 수를 놓고, 발목 뒤에 끈을 달아 앞으로 맬 수 있도록 만든다.

버선은 발을 따뜻하게 하고, 모양을 맵시 있게 하기 위해 신었다. 발의 모양 위주로 편하게 신었던 것이 단원(檀園)이나 혜원(蕙園)의 풍속도에서 볼 수 있는 버선이다. 맵시를 내기 위해 실제 발 크기보다 작게 만들고, 솜을 통통하게 넣어 오이씨 같은 버선의 맵시를 내게 하였다. 색깔은 주로 흰빛이었고, 광목과 무명을 많이 사용하였다.

문득 이전에 보았던 중년 여인의 고운 자태가 떠오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옥색 치마에 모시 적삼을 받쳐 입고 치맛자락을 사르르 끌며 흰 버선발로 찬찬히 걷던 모습. 뒷자락을 살짝 걷어 올리며 걷다가 긴 치마의 율동을 간직한 채 툇돌 아래로 사뿐히 내려서던 그 모습. 우아하고 청량한 아름다움에 취해 넋 잃은 사람처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복의 아름다움은 감싸는데 있다. 한복은 예부터 전해 내려온 정신과 양식이 깃든 우리네 고유의 복식이다. 서양의 스커트와 달리 체형이나 치수에 구애받지 않으며, 저고리를 여미는 것은 단추가 아니라 옷고름이다. 또한 언제든 몸에 옷을 맞출 수 있는 너그러움, 이것이 한복의 매력이라 하겠다.

이제 버선을 신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없다. 생활양식의 변화와 복식문화의 변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추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복에는 새하얀 버선을 곱게 신어야 제대로 맵시가 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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