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일본인 친구와의 '대한항공'에 대한 일화다.
일본 방문을 우리나라 국적기인 "Korean Air(대한항공)를 이용했다"고 이야기하자, 친구는 "그런 항공사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참을 설명하자 그는 마침내 기억났다는 듯이 무릎을 치면서 "아하, 나츠 레땅 에어라인?" 하는 것이다. 4년 전 대한항공 오너가(家) 2세이자 부사장인 조현아 씨가 땅콩을 건네주는 승무원의 자세를 지적하며 강하게 항의한 덕에 비행기가 회항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빗댄 것이다. 영어 발음에 능숙하지 않고, 다른 나라 말을 변형하는 데 익숙한 일본인답게 대한항공을 'Nuts Return Airline'으로 변형하고, 이를 다시 일본인 발음으로 '나츠 레땅 에어라인'으로 부른 것이다.
대한민국 국적기가 일본인에 의해 '나츠 레땅'으로 불리는 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너희 나라에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비하적 태도에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회항 사건은 분명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갑질 문화'의 산실이다. 갑질 행위는 자신이 특권층이라는 점을 인식했을 때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원들이 공항만 가면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여행용 가방을 보좌진을 향해 시원하게(?) 밀어버린 '노룩 패스'(다른 곳을 보면서 패스하는 행위) 논란에,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분증 없이 국내선을 이용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최근 또다시 정치권에 공항 사태가 크게 터졌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항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직원과 승강이를 벌인 것이다. 잘못한 것이 없다던 김 의원은 크리스마스날인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전까지 김 의원은 "사실이 아예 다르거나 교묘하게 편집돼 있다.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라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법적 판결이 나 봐야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질 수 있겠으나 문제는 위정자가 젊은 직원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정치권이 활용해 야당의 공세가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또다시 걱정거리가 생겼다. 일본인 친구를 만나면 또 우리 국적기를 '아이디 까-아도 에어라인'(ID card Airline·신분증 항공사) 정도로 비꼬면서 이야기할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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