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흠이 되지 않는, 시인과 화가를 꿈꿀 수 있는 곳
성탄절을 앞두고 이달 21일 찾은 포항 북구 송라면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베들레헴 공동체'. 입소 장애인 15명과 시설 직원 5명이 오전 8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시작한 일과는 '복음과 감사 나눔'이었다. 이번 모임은 성탄절에 맞게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진행됐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한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처녀가 임신한 것은 당시 사회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이런 고뇌를 나누고자 사촌인 엘리사벳을 찾아가 머물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불의의 사고로 상하반신 모두 마비된 한 청년이 침묵을 깨며 질문을 던졌다.
옆에 있던 뇌병변 장애인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 입술로 "내가 엘리사벳처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존재인지 고민하게 됐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하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한 직원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모두 들으며 이렇게 감사를 나누는 것으로 일상을 시작하고 있다. 복음과 감사 나눔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하나의 인격체로 묶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다음 일과를 위해 시설 부지 내 교당으로 향했다. 교당은 주말에는 예배당으로, 평소에는 재활을 위한 체육시설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날은 매일 바뀌는 프로그램 중에서도 장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보치아' 경기가 진행됐다. 이 경기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 경기로, '컬링'과 방식이 비슷하다. 8경기가 진행되며 승부가 결정되는 동안 교당 안은 여느 체육시설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가득 찼다.
이곳 식구들은 한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에서 식사를 한다. 스스로 손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다른 입소자들을 기다려준다.
입소 장애인들은 2인 1실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각 방에는 신체에 맞는 침대와 장애인에게 편리하도록 만든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장실 바닥에 매립된 좌식 변기는 조금이라도 힘을 쓸 수 있다면 스스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 여직원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직원들은 최소한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일과는 '그림, 대화, 책 읽어주기, 노래' 등 평소처럼 이뤄졌다. 장애인들의 재활과 창의성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최영수(37·지체장애) 씨는 "여기에선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이 느껴지지 않으며, 장애인이 시인, 화가를 꿈꿀 수도 있다"며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이곳에서 평안을 얻고 가길 바란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