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비례대표 대폭 확대에 이의 있다

입력 2018-12-02 14:59:50 수정 2018-12-02 16:39:59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국민들 아닌 지도부 뜻대로 낙점
지금의 비례대표제 문제점 많아

정당별 비례대표 선정·순위 결정
유권자들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활동 중이다. '정치개혁'을 내세웠지만 정개특위의 주된 의제는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여서인지 국민적 관심은 덜한 듯하다. 하지만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건 아니어도 선거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정개특위의 지향점은 정파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최대한 좁히자는 말이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그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은 개헌보다 어렵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결론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과거에 비해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원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1대 1로 하든 2대 1로 하든 마찬가지다. 현재처럼 전체 의원 300명을 유지하려면 250여 개 지역구를 200여 개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 정도로 해야 한다. 의원들이 찬성할 리 만무하다. 의원들의 솔직한 속내는 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늘리고 싶은 것이다. 지역구 250명 정도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150명 정도로 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의원 수가 적다는 등 벌써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말을 하나 마나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렵다.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정개특위의 역량을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예산 국회가 끝나면 선거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하에서 숫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행해지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한다. 과거 지역구 후보가 얻은 표만을 계산하던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비례대표에서 심각한 문제는 선출 과정에서 국민들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당별 비례대표 선정, 순위 결정 과정 등에 있어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 모든 건 정당, 정확히 말해 이른바 지도부 뜻에 좌우된다. 공천헌금, 특별당비, 밀실야합, 뒷거래 등 늘 잡음이 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은 그렇게 선정된 비례대표 후보를 알지도 못한 채 한 표를 던진다. 정당별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공개할 때 반짝 관심을 모으긴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보고 정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는 없다. 비례대표 제도하에서 구속명부제는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권자들이 순위나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정당이 내세우는 고정된 비례대표 명부는 직접선거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말이다.

비례성 강화의 금과옥조인 정당 지지율도 따지고 보면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는 유권자들이 지역구에서 지지하지 않은 정당, 특히 소수 정당에 정당투표를 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례대표 숫자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기에 별 고민 없이 투표한 것이다. 소수 정당의 스타 정치인들의 인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비례대표가 대세를 좌우할 정도가 된다면 모든 건 얘기가 달라진다. 비례대표 선정부터 당락까지 유권자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비례대표 후보자들에게는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석 배분에서뿐만이 아니라 정당 투표에서부터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표출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긴 이런 방식이 앞으로만 필요한 일이겠는가.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식은 현재 제도하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개혁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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