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의 안전불감이 국가통신망 보안에 최대 위협 요인

입력 2018-11-28 06:30:00

대구시내 지하통신구도 화재 예방 등 안전 조치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에 설치된 KT 지하통신구 27곳 중 고작 9곳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정기 소방 점검이 이뤄지고 있어 취약한 보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KT 서울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지역 통신구 실태 점검에서 드러난 결과다.

대구는 이미 지하통신구 화재를 겪었다. 지난 1994년 11월, 남대구 전신전화국 지하통신구 화재로 대구 전체 유무선 전화와 금융 통신망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남대구 화재는 24년이라는 시차만 있을 뿐 상황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방재설비 투자 등 평소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이 크다.

국가통신망은 인체로 치면 핏줄과 같다. 동맥이든 모세혈관이든 생명 유지에 똑같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KT는 소방 관리 대상 규정에 미달하는 소규모 통신구 18곳을 D급 시설로 분류해 방재 및 보안 노력을 상대적으로 게을리하고 있다. 만약 D급 시설에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한다면 시민에게 전혀 피해가 없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소방당국이 통신구 설치와 운영 등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영업상 대외비를 이유로 폐쇄적인 관리 체계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유사시 국가보안시설에 가장 먼저 접근해야 할 소방당국조차 현황을 모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KT 주장대로 통신구 관리가 자율적으로 잘되고 있다면 남대구나 아현지사 화재와 같은 불상사가 왜 일어나나. 비용 절감에만 매달리고 안전 점검마저 게을리하다 이런 사고를 계속 부르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을 바꿔서라도 국가보안시설에 대한 방재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 대구시와 소방당국도 당장 시내 통신구를 전수조사해 KT에 방재 시스템 보완을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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