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의료지구, 외국인 투자 없는 경제자유구역

입력 2018-11-09 05:00:00

수성의료지구(수성알파시티)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지역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와 지식기반산업 두 축 가운데 의료 관련 투자유치는 지지부진하다. 지시기반산업은 국내 기업들의 입주는 활발하지만, 외국기업 투자는 저조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상업·유통 기능이 커져 상가와 쇼핑몰, 아파트 등이 주를 이루는 경제자유구역이 되고 있다.

◆의료 투자유치 부진, 지식산업 개발 중

8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대흥동 수성IC 남쪽 수성의료지구 의료시설용지. 공터에 높이 5m가 되지 않는 나무들이 한쪽에 심어져 있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성토한 황색 흙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굵은 돌과 폐자재, 건축용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지식기반시설용지 한가운데는 지난해 8월 완공한 SW융합기술지원센터가 들어서 있었다. 바로 옆에 ICT융합벤처센터 건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외에도 공사 중인 건물이 10여 곳이 넘었다. 땅을 다지는 곳에서부터 기업들의 신사옥 공사로 어수선했다.

수성의료지구(98만㎡) 산업 가운데 의료는 제자리걸음이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대경경자청)에 따르면 산업연구시설용지(19만2천496㎡) 중 의료시설용지(8만2천808㎡)는 전체가 나대지로 남아있다. 투자유치 실적 없는 상황에서 개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지식기반산업시설용지(10만9천687㎡)는 72개 필지 가운데 46개 필지가 분양이 끝났다. 이곳에는 37개 기업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중 30개사는 IT'소프트웨어 업종이고, 6개사는 연구개발업이다. 나머지 1개사는 분양형 지식산업센터를 짓는다. 이 외에도 소프트웨어와 ICT, 스포츠융복합산업을 지원하는 3개 기관도 포함돼 있다.

◆외국 투자유치는 여전히 부진

상대적으로 지식기반산업이 활성화돼 있지만, 외국기업 투자는 여전히 저조하다. 수성의료지구의 외국기업 투자는 지난해 7월과 12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2건뿐이다. 이를 통해 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4천510만 달러로, 대경경자청 전체 경제자유구역 외투 유치 금액(5억 9천727만 달러)의 7.6%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의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인 대구테크노폴리스(726만㎡)는 12건(3억6천623만 달러)의 외투 유치에 1억4천645만 달러가 실제 투자로 이뤄졌다. 두 경제자유구역 간의 규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외국투자 유치에서 큰 격차가 난다.

결국, 유치업종에서의 경쟁력이 성패를 갈랐다. 대구테크노폴리스는 전기와 전자, 기계, 자동차 등 업종을 중점 유치했고, 또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생산기술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이 뒷받침했다.

수성의료지구는 의료와 IT, 소프트웨어 등의 기업을 유치하고 있지만, 외국투자는 저조하다. 특히 부진한 의료 분야의 경우 투자환경 조성에 유리한 관련 국책연구기관이 없다. 또 체류형 의료관광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를 위한 의료관광호텔과 검진센터 등 유치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계획보다 커진 상업·유통 기능

수성의료지구 내 의료시설 등 산업의 투자유치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상업시설의 비중이 커졌다. 애초 계획보다 국제교육·업무시설은 축소됐고, 그 자리에 상업·유통·물류시설용지가 들어서게 됐다.

대경경자청은 2012년 2월 외국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계획한 국제시설(국제화교육시설, 국제도서관, 국제학교 등)을 철회했다. 이어 2014년 2월에는 기존에 없던 물류시설과 유통상업시설을 도입했다. 수요가 적은 시설보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둬 개발 방향을 수정한다는 취지였다.

새롭게 지정된 유통상업시설용지에 대규모 쇼핑몰 건립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시와 대경경자청은 롯데몰 건립사업을 조건부 의결했다. 롯데는 약 6천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연면적 37만㎡ 규모의 쇼핑몰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사업 진행이 연기된 상태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정부가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아 국내 다른 경제자유구역들도 의료 투자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투자여건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의료 투자를 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남아있는 지식산업시설용지에도 적극적으로 외국투자를 유치하고, 유통'상업시설 개발로 투자를 유도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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