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버츠와 코라의 리더십

입력 2018-11-04 15:48:12 수정 2018-11-05 09:02:36

신호종 전 대구고검 검사(역량지도교수)

신호종 전 대구고검 사무국장(역량지도교수)
신호종 전 대구고검 사무국장(역량지도교수)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2018년 월드시리즈는 5차전에서 끝났다. 지난해 준우승팀 LA 다저스와 올해 승률 1위 팀(108승 54패) 보스턴 레드삭스 간 치러진 월드시리즈의 백미는 3차전. 자정을 넘겨 2일간 치러진 경기는 18회 말에 먼시의 끝내기 홈런 한 방으로 다저스가 3대 2로 승리했다. 7시간 20분 동안 투수만 18명을 투입한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대혈전. 월드시리즈 최장경기로 기록됐다.

적지에서 2연패 당한 다저스는 이날 승리로 역전 우승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4차전에서도 6회까지 4대 0으로 앞선 다저스는 승리를 예감했다. 6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투수 리치 힐이 7회 초 교체되기 직전까지는 그랬다. 7회 초 힐이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자마자 로버츠 감독은 힐을 바로 교체했다. 결국 7회 3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다저스는 6대 9로 역전패했다.

리치 힐 교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도 SNS를 통해 로버츠 감독을 비판했다. 5차전마저 보스턴이 5대 1로 승리하면서 월드시리즈가 다소 싱겁게 끝나자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 로버츠 감독과 부임 첫해에 레드삭스를 우승으로 이끈 코라 감독의 리더십이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한때 다저스에서 선수로 함께 뛰었던 로버츠와 코라는 감독으로서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두 감독이 3, 4차전에서 보였던 몇몇 장면을 되돌려보자. 먼시가 끝내기 홈런을 친 3차전. 코라 감독은 불펜 투수로 6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지고도 홈런 한 방으로 패전투수가 된 이볼디를 껴안아 주고 있었다. 로커룸으로 향하던 다른 선수들의 등도 두드려줬다. 반면 로버츠 감독은 다음 날 4차전 6회까지 호투한 힐에게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볼을 건네받았고 힐은 힘없이 퇴장했다.

야구 감독에게 어려운 일이 선수 교체라고 한다. 특히 교체 결과가 바로 승패로 나타나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로버츠는 "좌투수에게는 우타자가 강하다"라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좌우 놀이 방식'을 선수 등판과 교체의 철칙으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에 코라 감독은 지난해 휴스턴 에스트로스 수석 코치로서 힌치 감독과 함께 만년 최하위팀이던 에스트로스를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데이터 분석 자료보다는 선수의 심리에 우선을 둔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출신인 힌치 감독으로부터 '사람 중심 야구'를 보고 배웠다.

3차전 패배 후 로커룸에서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일일이 감사와 격려를 한 코라 감독과의 미팅을 마친 한 선수는 "이 미팅이 끝났을 때 우리는 이 경기에서 이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코라의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패장인 로버츠 감독은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을 똑같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팀을 운영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원칙은 책임을 피하기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전략을 다 읽힐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로버츠의 융통성 없는 전략으로 인해 다저스 소속 좌타자는 좌투수를, 좌투수는 좌타자를 공략할 역량을 강화시킬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로버츠 감독과 코라 감독의 선수 운용 방식을 보면서 "리더는 모든 책임의 종착역이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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