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늦가을 불청객, 계절성 우울증

입력 2018-11-01 10:25:48 수정 2018-11-01 19:21:40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운 단풍 낙엽 되고, 상쾌한 가을바람 스산한 바람 되는 늦가을, 늘 이맘때면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러한 감성적인 분위기를 넘어 만사가 귀찮아지고 울적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추분을 지나 가을이 오면서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햇빛의 양이 급격히 줄어드는 늦가을에 시작해 겨울까지 우울증을 겪고, 햇빛의 양이 많아지는 이듬해 봄, 여름이 되면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들, 소위 계절을 앓는 사람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흔하고, 여성이 전체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계절성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일조량이 줄면 행복한 감정과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라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들고, 비타민D가 줄어들고,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정신운동성 초조, 불면, 식욕저하, 체중감소를 나타내나, 계절성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과 더불어 무기력감과 피로감이 심하며, 정신운동지체가 심하여 팔다리가 마치 납처럼 무거워 몸의 움직임조차 귀찮고, 늘 졸려 잠을 많이 자고, 식욕의 변화, 특히 달거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과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체중이 증가한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햇볕 쬐기와 운동이다. 햇볕을 많이 쬐면 세로토닌과 비타민D 생성 및 멜라토닌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세로토닌 등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D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D는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한다. 다만 비타민D의 복용은 과잉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계절성 우울증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방법으로는 밝은 빛(2천500룩스)의 광선을 쪼여주는 광선치료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약물치료, 부정적인 인지왜곡을 보다 긍정적으로 인지체계를 바꾸어 주는 정신치료 등이 있다.

약을 먹으면 중독된다는 편견,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는 편견 등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울증 약은 중독성이 없으며, 약효도 뛰어나 80~90%는 증상이 호전이 된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 등에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하여 후에 심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우울증을 앓는 동안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자살 등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겨울철이 되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진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하고 감기에 걸린 사람이 병원을 찾듯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스스로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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