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의도된 발언?…강경화 5·24조치 해제 언급 논란

입력 2018-10-10 21:00:06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강경화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뜨거운 공방을 불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서 남북 간 교역을 전면 금지한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책임 있는 당국자의 입에서 나오자 야당 의원의 공세와 장관의 해명, 여당의원의 '엄호'가 이어졌다.

강 장관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의 오전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평양에 가 보니 호텔에 중국인들이 많더라. 우리는 금강산 관광이 제재 대상이라서 못 가는 것이 아니라 5·24 조치 때문에 못 가는 것 아니냐"며 "5·24 조치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강 장관은 머뭇거림 없이 "관계부처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감장의 야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특히 5·24 조치의 발단이 된 천안함 폭침 사건을 상기하며 공세의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5·24 조치 해제는 국회와 전혀 상의된 바가 없는데 사전 상의 없이 검토한다는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국회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 (해제를) 강행한다면 적어도 천안함 피해 유족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은 "외교부가 5·24 조치 주무부처도 아닌데 검토 발언을 국정감사서 해도 되느냐"고 밝힌 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보느냐"고 물어 "국방부 조사 결과 북한 어뢰 폭발로 인한 것이었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는 강 장관 답변을 유도하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우리 외교부도 소신 있게 5·24 조치 해제 문제에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24 조치에 이르는 과정이 어떠했든간에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원칙에 입각해서 이 문제(5·24 조치 해제)도 검토돼야 한다"며 "남북관계가 글자 그대로 평화와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치를 어떻게 할지를 염두에 두고 그 기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1차로 여야간 공방이 있은 후 강 장관은 "관계부처로서는 이것을 늘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후 외교부는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문자 메시지에서 "현 단계에서 (5·24 조치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본격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 질타가 계속되자 강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관계부처가 검토중'인 것을 '관계부처와 검토중'으로 잘못 나왔다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데 대해 사과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 장관과 외교부가 5·24 조치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가 번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24 조치 해제 검토가 사실이라면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 우리 정부의 핵심적 대북 독자제재를 완화하는 중요한 일이라는데 별 이견이 없다. 그런 터에 강 장관의 이번 발언이 정부의 중대 정책 변경에 앞선 '충격 완화' 내지 '간보기' 차원의 조율된 발언인지, 조율되지 않은 사실상의 '실언'인지가 불투명한 것이다.

이날 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논란은 또 있었다.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것은 5·24 조치 때문이 맞는가'라는 이해찬 의원 질의에 강 장관이 "그렇다"고 답변한 데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고 강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북한군 초병의 총격에 의한 박왕자 씨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됐으며, 북한에 대규모 현금 제공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현 상황에서는 재개가 어렵다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무소속) 의원이 '위증 고발'까지 거론하며 강 장관에게 발언 취소를 요구했고, 정양석(자유한국당) 의원도 취소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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