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통신] 국회의원 이색 모임

입력 2018-10-04 15:51:52 수정 2018-10-04 19:30:14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우리끼리는 결혼도 금지돼 있으니 그저 자주 만나 친구처럼 친하게 지냅시다."

지난달 17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 모인 7명의 국회의원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름의 성이 모두 송(宋)씨였다.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송씨 성은 모두 7명이다. 송영길·송기헌·송옥주·송갑석(이상 더불어민주당), 송언석·송희경·송석준(이상 자유한국당) 등이다.

모두 50대 중반의 나이로 같은 성을 가진 의원들이 밥 한번 먹자고 뭉치게 됐고, 사상 처음으로 현역 의원 송씨 모임 정례화를 계획 중이다.

송씨 성은 10여 개 본이 있으나 이 가운데 여산·은진·진천 본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그 밖의 송씨는 이들 3본에서 분파됐다. 본은 달라도 서로 금혼이 지켜진다.

송씨는 인구의 1.5%에 못 미치나 현역 국회의원 비율은 4%가 넘는 점을 의식해 한 참석자는 "송씨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가 씨족사회냐"며 이들의 모임에 시샘 어린 눈총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집안에서 물려준 이름 때문에 국회의원 모임을 가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18대 국회에선 '김성' 모임이 있었다. 이름 가운데 '김성' 자로 시작된 의원들의 모임이다. 당시 현역 의원이던 김성조·김성태·김성회·김성식 등이 그 멤버였다.

'나체모임'은 국회의원 친목 모임의 '끝판왕' 격이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으나 17대 국회에서 의원회관 지하 사우나를 자주 이용하는 한 중진 인사가 벌거벗고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식사를 권유해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의원 체력단련실 모임'으로 명명된 모임은 멤버가 수시로 바뀌었으나, 서로 알몸을 다 본 사이이기 때문에 어느 모임보다 진솔했다(?)고 한다.

기자가 꼽는 가장 재미있는 의원 모임은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르는 '멍텅구리' 모임이다. 강신성일·신영국·현승일 전 의원 등 7명이 멤버였다.

이들은 본회의 시간은 무조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한 일 년쯤 지나니 본회의를 지킨 7명은 서로가 낯이 익어졌고,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다른 멤버들도 한심스러웠는지 모임 이름을 '멍텅구리'라고 지었다. 이후 현 의원이 모임 명칭의 어감이 좋지 않다며 '명통구리'(明通求理·명확하게 꿰뚫어 밝은 이치를 찾는다는 뜻)로 개명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