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참외는 전국 참외생산량의 70%를 넘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고, 꾸준한 품질개선과 이미지를 높이면서 명품 반열에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농산물 대부분이 서울 등 대도시 유통시장에서 도매가격이 형성되는 데 반해 성주참외는 산지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것은 물론, 전국 참외가격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성주참외가 전국 참외 생산과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성주참외가 큰 시험을 치르게 됐다. 대학입시 수준을 넘어 한 번만 잘못 보면 나락에 떨어지고 성주지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험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가 그것이다.
PLS는 국내에서 사용되거나 수입식품에 사용되는 농약성분 등록과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된 농약을 제외한 기타 농약에 대하여 잔류허용 기준을 0.01ppm 이하로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참외에 병해가 생기면 농민은 자신이 선호하는 약제를 살포해 농사를 지었다. 독성의 정도에 대해 시비는 있었지만 약제는 어떤 것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PLS가 시행되면 허용된 약제만 사용해야 한다. 허용되지 않은 약제를 사용하면 0.01ppm 이하 잔류허용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0.01ppm은 거의 불검출 수준으로, 사실상 사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만약 허용되지 않은 약제를 사용해 잔류허용 기준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되면 해당 참외의 폐기는 물론, 성주참외 전체가 도매금으로 농약참외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전국 참외생산량의 70%, 압도적 시장점유율, 지역경제의 중추 성주참외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참외농민들이 해당 병해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의 종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농약회사들이 품목당 큰 비용이 드는 목록 등재에 소극적인 탓이다. 이로 인해 특정 병해에 특정 약제를 선호하는 농약사용 습관이나, PLS를 가볍게 여긴 일부 농민의 안일한 대처가 성주참외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
농민들은 준비가 덜 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고, 생산이력제 도입 등 적극적 대응이 시급한데도 행정기관과 참외농가의 대응·대처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성주참외의 명성은 수십 년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위기에 직면한 성주참외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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