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 사진작가
사진은 1839년 프랑스에서 공표된 이래 180년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사진 촬영이 가능하게 됐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보면 음식, 오락, 스포츠 등 어떤 분야보다도 현대사회에서의 사진은 가히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보면 맛집 바람은 '맛집 투어'라는 사회적 현상을 일으킨 바 있고, 지금도 TV 방송에선 소위 '먹방'이 대세인 듯 보이고 있으니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사진이라는 괴물은 180년이 지나도 인기 상승 곡선을 계속하고 있으니 유행이라면 그 어떤 유행도 이에 필적할 수가 없다. 사진은 기록과 유희라는 두 가지 목표를 채워주는 고마운 예술이다.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특히 증거 자료와 학문 분야에서의 그 파괴력은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사진은 우리 마음의 발자국이고, 우리 삶의 거울이며, 우리 영혼의 반영이고, 적막한 한순간 우리 손안에 쥘 수 있는 응고된 기억이다."
사진치료학의 선구자인 주디 와이저(Judy Weiser)의 말이다. 사진을 통해 얻는 기쁨이나 치료, 위로와 회복은 사진의 또 하나의 얼굴 즉 유희적인 측면이다. 이 땅의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휴대폰에 손자 손녀의 사진이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라. 독자의 휴대폰 속에도 기쁨을 주는 그 누구의 얼굴이 있지 않은가? 젊은 군인에게 예쁜 여배우의 사진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사기 진작용 '군수품'이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가장 잘 찍고 싶어 하는 인물사진 작가이다. 한때 필름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코닥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의 종류가 '사람'이라는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그것도 90% 이상으로.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에는 작가가 지난 20여 년간 만났던 셀럽들의 얼굴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사진전을 만들고자 사진마다 '이야기'를 첨부하여 전시하고 있다. 작가가 그간 작업하여 손봐드린(?) 사람은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탤런트, 영화감독, 대법관, 검사, 비구니, 의사, 스포츠맨, 동물보호운동가, 헌혈왕, 장례지도사, 자원봉사자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이 명사들 중 '대구사진비엔날레' 초대작가전에 인물사진 전시를 허락한 19명만 특별히 모셨다.
나는 사람의 얼굴이야말로 신의 창조적 작품이라 믿는다. 그것도 현재진행형인. 70억 명이 넘는 얼굴일지라도 똑같은 얼굴이 없지 않은가? 주로 근접 디테일 촬영을 하는 나의 작품 또한 그 인물의 삶과 여정을 살펴 조명 설계, 렌즈 선택, 촬영 앵글, 촬영 기법 등을 고민하며 나만의 창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에게 한 시간을 허락하시면 당신에게 영원을 드리겠습니다."
섭외 과정에서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겨 있는 나의 철학이기도 하다. 한 컷의 사진에 그 사람의 일생을 어떻게 담아낼까? 이것은 끊임없는 작가의 화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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