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tvN과 OCN, CJ E&M 계열 채널들이 경쟁력 높은 드라마들을 편성하며 방송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CJ 계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을 통해 제작되는 이 드라마들은 '도깨비'를 거쳐 '비밀의 숲'까지 오는 동안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고, 이내 주춤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돋보이는 성과를 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미스터 션샤인'을 위시해 '아는 와이프' '보이스2'까지 줄줄이 우수한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 순위를 차지했고 신작 '백일의 낭군님'과 '손 the guest'도 호평 속에 매회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어지는 차기작 행렬은 더 화려하다. 11월이 되면 tvN에 송혜교와 박보검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남자친구'가 수목극으로, 박신혜-현빈을 내세운 '알함브라의 궁전'이 주말에 편성된다. 톱스타 캐스팅으로만 눈길을 끄는 게 아니다. 작가와 연출자 등 제작진까지 스타급으로 구성해 텐트폴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 상반기, 불운 속에 힘겨운 레이스 펼쳐
tvN과 OCN의 상반기 레이스는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편성된 드라마에 캐스팅된 배우들이 차례로 미투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문제가 됐고, 방송된 드라마 숫자에 비해 '성공'이라 할 만한 작품이 많지도 않았다.
불운은 1월부터 찾아왔다. tvN의 1월 첫 월화드라마 '크로스'의 주연배우 조재현이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받으며 하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재현이 극중 죽음으로 하차한 후에도 '크로스'의 시청률과 화제성은 고만고만한 수준에 머물렀다.

3월에 첫방송된 '나의 아저씨'는 히트작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집필하고 '시그널' '미생' 등 화제작을 연출한 김원석 PD가 투입돼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얻었던 드라마다. 여기에 인기 가수 아이유까지 캐스팅돼 주목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주연급으로 투입됐던 오달수가 미투 논란에 휘말리면서 하차하는 상황을 맞으며 큰 피해를 봤다. 재촬영 등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해 바쁘게 일정을 진행해야만 했고 그 와중에 불륜과 도청 등 내용 자체에 대한 논란이 불거져 중반부까지 저조한 성적과 혹평에 시달렸다. 다행히 최종회에 이르러 7%대를 넘어서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상당히 어려운 레이스를 펼쳤던 작품이다.

OCN 드라마 역시 미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3월 공개된 주말극 '작은 신의 아이들'은 첫방송을 코 앞에 두고 출연배우 조민기가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돼 문제가 됐다. 하차 이후 이재용이 투입돼 방송을 마쳤지만 방송 준비 기간에 맞닥뜨린 논란 이후 3% 선을 오가며 그저 현상유지를 하는 정도에만 머물렀다.
5월에 OCN에서 방송된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에서는 출연자 이서원이 동료 여배우 강제 추행 및 협박 등의 혐의를 받으며 문제적 인물이 됐다. 김동준이 대타로 기용돼 재촬영하며 일단의 논란을 잠재웠지만 시청률은 2%대에서 크게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OCN '미스트리스'는 완성도 면에서 호평을 끌어냈지만 아쉽게도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이 와중에도 위안이 될 만한 화제작이 없지는 않았다.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tvN '마더'와 3월부터 같은 채널에서 방송된 '라이브', 이 두 편이 CJ E&M의 2018년 상반기 드라마 라인업에서 가장 빛나는 공을 세웠다. '마더'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5%를 겨우 넘긴 수준이었으나 완성도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고 화제성 역시 정상권이었다. 상반기에 개최된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라이브'는 스타작가 노희경의 각본이란 사실 만으로 대중에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하는 내용 등 노희경 작가의 장기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7%대의 시청률로 히트작 대열에 올랐다.

# 하반기, 줄줄이 히트작 배출
상반기에는 고전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내놓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 속에 호평까지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포문을 연 드라마는 6월 초, 하반기로 접어드는 무렵에 방송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흥행공식을 고스란히 접목시킨 이 드라마는 폭넓은 연령대에 어필하며 9%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90년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중년층의 시선을 잡아끄는 가하면, 트렌디한 감성까지 절묘하게 섞어 젊은 층도 자연스럽게 감싸 안았다.
같은 시기, OCN의 '라이프 온 마스'도 6%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뒤를 탄탄히 받쳐줬다.
그리고 8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tvN의 '아는 와이프'가 8%에 달하는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 순위까지 정상권을 차지하며 히트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타임슬립 소재를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남녀 주연배우 지성과 한지민은 이 드라마에서 비주얼과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동시에 끌어내며 주가를 높였다.
7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은 17%대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으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됐다. '도깨비'의 스타작가 김은숙이 각본을 집필했으며 톱스타 이병헌이 주연으로 캐스팅돼 방송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혔고, 방송이 되는 동안 내내 '기대한 것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호평을 들었다. KBS 주말극을 제외하면 20%를 넘어서는 드라마가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가 평균 5%대를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tvN과 OCN 드라마가 10%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뒀다는 것은, 게다가 '미스터 션샤인'이 20% 돌파를 노렸다는 것은 현 드라마 업계를 CJ E&M 계열 채널과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쥐고 흔드는 단계까지 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사실상 인기 작가와 연출자, 여기에 톱스타급 배우들까지 선점하고 라인업을 짜고 있는 터라 경쟁력 면에서 타사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tvN과 OCN 드라마의 하반기 질주는 10월 진입을 앞두고 있는 현재 방송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돋보인다. 9월 10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백일의 낭군님'이 8%의 벽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으며, OCN '손 the guest'도 호평 속에 매회 시청률을 높이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화제성 부분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다.

후속작들도 만만치 않다. tvN이 서인국과 정소민 주연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을 수목드라마로 배치했고, '미스터 션샤인'이 떠난 주말극 자리에는 김희선이 주연으로 캐스팅된 '나인룸'을 편성했다. 혹 두 드라마가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인다고 해도 이어지는 라인업의 파급력이 상당하다. 11월에 들어서면 송혜교와 박보검을 내세운 '남자친구'와 현빈과 박신혜가 주연을 맡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들어온다. 일단 캐스팅만으로도 기선을 제압하는 작품들이다. OCN에는 9월 말부터 송승헌 주연작 '플레이어'가 편성됐다. 자본과 추진력을 앞세워 우수한 제작인력과 스타들을 포섭하고 있으니 경쟁사들이 바짝 긴장할 법 하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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