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는 기대보다 실망에 가깝다. 회담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비핵화 진전에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선언에 그친 판문점 정상회담의 ‘판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은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하는데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했지만,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비핵화를 언제까지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하겠다는 구체적 약속은 없었다.
김정은이 약속한 것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의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고, 영변 핵시설도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것뿐이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은 이미 해체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에 새로운 제안도 아니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도 ‘종전 선언’을 뜻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김정은이 정말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그런 전제 조건을 달 필요가 없다.
결정적인 문제는 이런 약속이 핵탄두와 핵 물질, 핵 시설의 리스트 제출과 이에 대한 신고검증 시간표 제시라는 비핵화 문제의 본질에 근접도 못한 것이다. 특히 영변 핵시설 폐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자면 신고가 먼저여야 한다. 이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게다가 종전선언은 원칙적으로 비핵화 전 과정이 마무리된 이후 결과물로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한 번 하면 취소하기 어려운 불가역 조치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종전선언을 비핵화하기도 전에, 그것도 핵탄두와 핵 물질은 제쳐놓은 것은 물론 여러 핵 시설 중에서도 달랑 영변 하나만을 폐기하는 대가로 선(先)결제하라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다.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적대 종식과 핵 위협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합의했다.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이번 회담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또다시 언제일지 알 수 없는 미래로 미뤄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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