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수능으로 보는 한국 대표 소설가

입력 2018-09-16 15:50:03 수정 2018-09-16 19:23:31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작년 수능 때 수능으로 본 한국 대표 시인들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러면 같은 방법으로 본 한국의 대표 소설가는 누구일까? 수능만 보면 가장 많이 출제된 작가는 이문구로 '관촌수필'이 3회 출제되었고, 김유정, 박경리, 염상섭, 윤흥길, 채만식, 최인훈이 각 2회 출제가 되었다. 범위를 평가원 모의고사까지 넓혀 보면 염상섭은 '삼대'가 3회, '만세전'이 2회 총 5회 출제가 되었다. 그리고 김유정, 이문구, 이청준, 채만식, 최인훈이 3회로 그 뒤를 잇는다. 염상섭, 이청준, 최인훈이 많이 출제된 이유는 여러 번 출제가 되었어도 꼼꼼히 읽어 보면 새로운 부분이 보일 만큼 상징성이 강한 소재들을 사용하고, 이야기 자체도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고 있으며, 무겁고 약간은 난해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난도 조절뿐만 아니라 작가 개인의 문제로 인한 논란이 없는 점도 출제의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이문구, 김유정, 채만식의 작품은 내용이 가볍고 유쾌하다. 그래서 시험지가 전체적으로 무겁고 우울한 내용이 많이 있을 때 분위기 전환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문제를 푸는 학생은 그 가볍고 유쾌함을 즐기지 못할 수도 있지만.

2011년 수능부터는 EBS 연계를 하면서 주로 14종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을 위주로 출제되고 있다. 교과서에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실린 작가는 이청준으로 '서편제', '당신들의 천국' 등 10개의 작품이 12번 나온다. 채만식은 6개 작품이 16번 나오는데, 실린 횟수로는 가장 많다. 작품 수로는 박완서가 8개로 두 번째로 많다. 수능에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신경숙, 오정희, 양귀자와 같은 여성 작가들과 김소진, 김학철, 이태준, 조세희도 각각 4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작품은 박경리 '토지'와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상 8번)이고, 그다음으로 이광수 '무정', 염상섭 '만세전', 채만식 '태평천하', 현진건 '고향'(이상 7번)이 많이 실려 있다.

교과서에는 문학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 중에서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작품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그런데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 중에 교육용으로 부적합한, 비윤리적 내용들이 담긴 작품들은 걸러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작품 목록은 일반인들의 상식과 조금 더 부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학력고사 세대들에게는 필독 작가였던 김동인이나 나도향의 작품이 의외로 교과서에 많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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