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계, 전문가 진단과 해법은

입력 2018-09-15 05:00:00

지역 중소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제조업 부진과 고용상황 악화, 내수부진이 모두 겹쳐 지역 경제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지역 업체 대부분이 대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로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불황으로 인한 타격도 큰 편이다. 전문가들과 지역 제조업계는 산업구조를 다양화·고도화하는 한편 노후 산단의 환경 개선을 과제로 꼽고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다양화 급선무

지역 제조업계 전반에서는 현재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첫손에 꼽고 있다. 지역 업체들이 유독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도 지역 산업 대부분이 노동집약적인 2차 산업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업종 전환을 준비하고, 섬유업종도 단순한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산업용 섬유 등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서산업단지 A업체 대표는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로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 원자잿값과 인건비로 인해 떨어지는 이익률을 감당할 수 없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발굴이 시급하다"며 "현재 중소기업 대부분은 업종 전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열악한 경영환경에 시도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력산업의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업 다양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역 중소기업 대부분이 자동차부품과 섬유 업종으로 이뤄진 상황에서는 업종 불황 등 예견치 못한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부품과 섬유 업종의 비중은 상당하다. 대구지역 총생산액(GRDP)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성서산단 3천여개 입주업체 중 절반 이상이 자동차부품·섬유 업종이다. 섬유 업종은 중국·베트남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경쟁국에 밀려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까지 잠식당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부품 또한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외부 환경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은 "대구 중소기업 70% 가까이가 자동차부품업종과 섬유 업종인 상황에서 두 업종이 불황을 겪으면 지역 경제는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지역 산업 구조를 다양화해 안정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떠나는 청년 붙잡고 노후산단 환경 개선 필요

청년들이 지역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회사 내실이 튼튼하지 않아 지역의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요인이 없고, 결국 인재 부족으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섬유업계의 경우 젊은 기능공 공급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과거 업계 호황을 이끌었던 기능공들의 은퇴시기가 다가오며 산학연 연계 등 각종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 서구의 한 섬유가공업체 대표는 "지금 회사에 있는 기능공들의 평균 나이가 55세에 이른다. 회사도 문제지만 지역 전체를 봐도 젊은이가 자꾸 빠져나간다는 것은 큰 위기"라며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통해 일찍부터 지역 중소기업에 자리를 잡게 하는 한편, 대학과도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후된 산단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서산단, 염색산단 등 지역 주요 산업단지 대부분이 조성된 지 30년을 넘겨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자체에서 앞장서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병행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환경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창희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지역 주요 산단 대부분이 조성된 지 30년이 지난 노후산단으로 구성돼 있다. 주차 문제 등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젊은 근로자들의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 본부장은 또 "산단 지원시설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몇 지역 중견기업에서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시설 건립을 추진하다 근린생활시설 규모 제한 등 규제로 철회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근로자들이 산단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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