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을 그리거나 감상할 때 미술의 1차적 효과는 치유에 있다. 나의 경우 현재와 과거의 교류라는 의미에서 시공간을 축약할 때 미술은 상당히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민중 미술가 최민화(64). 본명은 최철환이지만 '민중의 꽃'이란 뜻으로 이름을 '민화'로 바꿨다. 전투경찰 대오 앞에 스크럼을 짜고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운 젊은 청춘들. 삶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민중의 어그러진 얼굴, 최루탄 가루 자욱한 화면 등등, 그의 작품을 보면 70년대와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암울했던 거리와 코를 찌르는 매캐한 최루탄 냄새를 떠올리게 된다.
"미적 진실과 인간적 진실이 일치되지 않는 예술행위는 사기다"는 최민화는 미대시절 긴급조치 9호로 체포됐었고 미술교사 시절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 시대의 격동을 함께한 그로서는 세상과의 불화가 화폭에 녹아들었다. 캔버스를 적시며 번지는 분홍물감처럼. 하지만 시대의 기미는 또한 그로 하여금 좌절을 맛보게 했고 이로 인해 한때 알코올에 빠져 들게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그에게 제18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이라는 낭보가 날라들었다. 수상 이유는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열정과 탐구정신이 이인성 미술상의 지향점과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수상은 그에게 쇠퇴와 좌절과 무기력의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의욕과 열정을 지폈고 민중미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화가로서 총체적 작품세계를 조명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
바로 1970년대 초기 작품부터 전통설화를 주제로 한 최근작까지 아울러 대구미술관이 개최하고 있는 '제18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전 최민화:천개의 우회'전시회이다.
올 12월 16일(일)까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에서 열리는 '최민화:천개의 우회'는 작가의 국공립미술관 최초 개인전으로 연작 '분홍'을 비롯해 연작 '부랑', 6월 항쟁을 그린 연작 '유월' 기성작가가 된 작가가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연작 '회색청춘', 최근 연작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등 총 100여점의 작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민화 작업에서 유명해진 연작 '분홍'은 붉은 화염병과 하얀 최루탄이 뒤섞인 시위 현장을 목격하면 창안한 색감을 주제로 화면을 온통 분홍을 물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좌파색인 붉은 색과 우파색인 흰색 사이에서 고통을 견뎌야 했고 이에 대한 나만의 도피처이자 심리적 위안이 그 중간색인 분홍으로 귀착된다"고 말했다.
최근작인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연작은 동서양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인류사적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보편성 차원에서 한국적 역사화를 화폭에 담고 있다.
문의 053)803-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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