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中企 기술혁신 중심의 덴마크 경제
정부역량·정책대응이 기업에 호재
한국 中企 근로자 비중 OECD 최고
불공정거래·기술도용 등 개선해야
코펜하겐의 도심 상가는 다른 수도에서처럼 세계적인 명품매장으로 가득하다. 입구에는 쇼핑객을 줄 세워 통제하는 양복차림의 가드들이 서 있는데 기묘한 조화랄까 부조화랄까. 그들 뒤로 오래된 수제 모자점, 개인 양장점, 중고 옷가게 등이 개성 있는 간판을 걸고 꼿꼿이 성업 중이다. 소상공업체를 비롯한 덴마크 중소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거리 풍광이다.
덴마크는 수년째 호경기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 지수에서 6위에 올랐다.(한국은 27위) 덴마크 경제의 중심에는 강한 중소기업이 자리하고 있는데 기업 수로는 전체 기업의 99%, 근로자 수로는 64%, 부가가치에서는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2년 중소기업의 고용증가율과 부가가치 성장률은 각각 4%, 9%이다.
덴마크 기업의 제일 장점은 현장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용 위주의 기술 혁신이다. 현재의 대기업도 혁신을 거듭하여 성장한 어제의 중소기업이며, 지금의 중소기업도 혁신 끝에 변신할 내일의 대기업이다. 예를 들면, 라슨 회사(Larsen Strings)의 창업주는 오케스트라의 첼로 주자였는데 현재는 20여 명의 직원과 세계 최고의 현악기 줄을 생산, 99%를 수출하고 있다. 리낙(LINAK)은 세계 최초로 수평 전동모터를 개발한 업체인데, 부모의 농기계공장을 물려받은 한 기술자가 직원 7명으로 시작하여 오늘날 2천 명 직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2만7천 명의 직원에 매출액 7조5천억원을 기록하는 댄포스(Danfoss) 역시 농부의 아들이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다락방에서 혼자 기계부품을 만들며 시작한 에너지 기계기술업체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성장에 정부가 주된 공신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특히 부러운 대목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유럽연합은 '중소기업 우선정책'(Think Small First)을 법제화했는데 덴마크는 이를 자국에 모범적으로 안착시켰다. 모든 분야, 모든 부처의 정책에서 중소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줄이고 법규를 실용화하며, 신설 정책의 초기부터 작은 기업을 우선 배려, 보호하고 있다. 2017년 유럽연합위원회(EC)는 덴마크의 중소기업 친화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높이 평가하며, 그 근거로 창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행정과 규제의 부담이 적으며 공무원의 역량이 뛰어나고 정부가 효과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덴마크 중소기업의 출발점은 초'중학교부터 진행되는 창업교육이다. 기업은 학교에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교사들을 교육하여 어린 학생들이 창업을 꿈꾸고 기업가 정신을 배우도록 지원한다. 실용적인 직업교육은 국제적으로도 정평이 있는데 교육 과정이 현장실습과 훈련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총리의 점심 샌드위치를 인턴 요리사가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십 년 전에 회자되었을 만큼 현장훈련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근로자 가운데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함께 가장 높다. 구조적으로는 분명 중소기업형 국가이지만 사업 환경과 운영 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창업기술보다 대학 진학 위주의 교육을 받아 중소기업 진로를 희망하기 어렵고, 대학생들은 대기업공직 취업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요독점적 상하구조는 불공정 거래와 기술도용을 낳고 그 부담과 피해는 차례로 떠넘겨져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종착되고 있다. 이러한 틀과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자금지원 등은 단발성 휘발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거리는 덴마크보다 더욱 촘촘히 자영 중소업체로 채워져 있다.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잃으면 대기업도 경제 전체도 길을 잃는다는 생각에, 오랜만의 익숙한 거리가 반가우면서도 내딛는 발걸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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