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전 경상북도지사가 도백 재선을 앞둔 시점의 일이다. 경북도는 당시 김 지사의 23개 시군 순회 특강을 추진했다. 대상은 시군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은 선거직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집단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전파하는 첨병이다.
김 전 지사는 강연을 통해 지지 기반을 확실히 넓히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 전 지사는 유일하게 포항 입성에 실패했다. 그때 박승호 포항시장은 차기 도백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로, 김 전 지사의 특강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례 하나 더. 김 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뒤 만난 적이 있다. 기자는 "이제 다음 선거 신경 쓸 것 없이 소신껏 하면 되겠습니다. 멋진 도정을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다분히 그의 나이를 고려한 축하 인사였다.
나중 알고 보니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한 말이었다. 큰 실수였다. 김 전 지사의 선거 캠프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은 충격이었다. 재선 확정과 동시에 3선 준비 캠프를 가동한다는 것이었다.
뒤통수를 제대로 한 방 맞은 뒤부터 관심 밖이었던 정치인들을 조금이나마 머릿속에 두려 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 집단이 정치인임을 확인했다. 정치를 모르거나 외면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여전히 비정치적이고 정치인 기피 성향인 점을 다행으로 여기지만 테크노 집단을 요리하는 정치인들의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서론을 길게 호흡한 건 정치 무대를 국회에서 경북도로 옮긴 민선 7기 이철우 도백의 입지를 점쳐보고 싶어서다. 도백 첫 임기를 시작한 이 지사에게 기분 나쁜 말이겠지만 그가 얻을 건 많지 않아 보인다. 잘해야 본전이고 아주 완벽히 잘하지 않는 한 잘못한 일만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민선 전임자인 1~3기 이의근, 4~6기 김관용 지사는 12년 동안 3선을 꽉 채웠다. 김 전 지사는 구미시장까지 6선을 했다. 이 지사가 12년을 채워 '도백 3선 트리플'을 달성해야 체면치레가 된다.
안타까운 건 이 지사가 치적 쌓을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대 과제였던 도청 이전은 끝났고, 신도시 개발과 안착이란 골칫거리만 남았다.
대구시와 제대로 된 상생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대구공항 이전', '대구 취수원 이전' 등 대구시와 풀어야 할 일은 난제다. 구미시 등 기초단체의 동의 없이 추진할 일도 아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야당 처지라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인구가 줄면서 여러 차례 제기된 '도 단위 광역단체 무용론'은 도청 이전으로 방패막이를 했으나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대구시와 달리 간접 행정이다 보니 직접 빛낼 사업도 많지 않다. 이전 집행부가 기업체 유치 등 양해각서를 남발했기에 더욱 궁색해 보인다.
이 지사의 초기 행보는 비교적 조용하고 은밀해 보인다. 잡음 나는 인사도 아직 없다. 일부에선 정보기관 출신답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그의 의전 파괴와 소탈한 행보는 공무원 구애로, 환동해추진본부 강화 등 제2 도청 구상은 포항 공략이다. 이는 재선3선을 향한 포석이다.
이 지사에게 던지는 우문이다. 다음 선거를 바라보지 않고 일하십시오. 이 지사가 전임자들의 겉치레 의전과 보여주기식 행사를 버리고 고위 관료 남발 인사 등 식구 챙기기를 그만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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