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분통, 설치·수리기사들은 퇴약볕에 비지땀 한숨
이모(51·대구 수성구) 씨는 지난달 14일 집 앞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1천만여 원을 주고 천정형 에어컨을 구입했다. 그러나 새 에어컨은 23일이나 지나서 이달 6일에야 설치됐고, 그마저 실외기가 고장 나 꼼짝없이 폭염에 시달렸다. 이 씨는 "고장 원인이 뭔지도 모른 채 온 가족이 더위로 고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모(29) 씨도 지난달 10일 전셋집을 옮기면서 중고 에어컨을 샀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설치한 에어컨이 신통치 않아 수리를 요청했지만 수리기사가 오기까지 보름 넘게 걸린 탓이다. 임 씨는 "수리점 측은 '예약이 꽉 찼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설치기사는 아예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에어컨 없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친구 집을 전전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독한 폭염으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면서 설치나 수리가 지연돼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리를 요청해도 길게는 3주 가까이 걸리고, 제품 설치도 밀리면서 정확한 방문 날짜조차 안내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에어컨 관련 소비자 민원은 해마다 급증세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5년 160건에서 지난해 320건으로 3년 만에 두배나 늘었다.
가장 잦은 불만은 불량제품 설치나 설치 미숙, 설치·수리 지연 등이다. 2015~2017년 접수된 상담 건수 732건 중 절반을 넘는 421건이 품질·수리 관련 상담이었다. 올 들어 상담 접수된 260건 중에서도 149건(57.3%)이 품질·수리 불만상담이었다.
답답하기는 에어컨 설치·수리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수리기사 김모(38) 씨는 "올 여름 업무량이 3배 이상 늘었다"며 "인원이 부족해서 경산이나 영천, 군위 등 경북지역으로 출장수리를 나가는 일도 많아 더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사설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현모(50) 씨는 "지난달부터 하루 평균 30건 이상 수리 문의가 들어온다. 1주일에 사흘은 오후 9시까지 야근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양순남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에어컨 수리·설치 인력을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에어컨 설치, 수리가 집중되는 여름이 오기 전에 미리 구매하거나 손을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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