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이후의 유럽
대전환의 세기, 유럽의 길을 묻다/ 페리 앤더슨 지음, 안효상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

이 책은 유럽이 맞고 있는 대전환의 세기를 분석하고, 향후 유럽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저자는 21세기 유럽의 현 상황을 세 장면에 걸쳐 소개하며, 현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본다.
#1. 2016년 6월23일, 영국은 유럽연합(EU)을 탈퇴했다.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1993년 28개 국가연합을 토대로 창립한 유럽연합은 영국의 탈퇴로 위기를 맞고 있다.
#2. 2010년 12월에 발발한 튀니지 혁명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예상치 못한 대규모 난민문제를 낳았다. 혁명의 성과가 좌절됨으로써, 시리아를 비롯해 이라크, 리비아, 예멘 등의 아랍권 국가에서는 내전이 지속됐다. 2014년 이후 30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난민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3. 2014년 이후 이슬람 테러리즘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시리아 내전의 여파로 아랍세계에 권력 공백사태가 계속되자,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급진 이슬람 세력이 유럽연합 주요 국가에서 무차별적인 테러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유럽은 대전환의 세기를 맞고 있다. 유럽의 21세기를 이해하려면, 20세기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통합을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통합을 향한 기원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통합의 쟁점은 정치적·군사적으로 독일을 봉쇄하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유럽연합의 모체는 1952년 출범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독일의 재무장을 막으려는 프랑스, 고립된 국제적 지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독일 그리고 유럽 공동시장 생성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이탈리아와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1957년 로마조약 체결 아래 유럽경제공동체(ECC)를 출범시킨다. 이후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2004년 동유럽 10개국 가입, 2005년 유럽연합 헌법안 통과 등의 과정을 거쳐 현 유럽연합에 이르고 있다.
저자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여 통합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그 이론적 배경과 그것이 적용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유럽연합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파헤치고 있다. 유럽연합의 총인구는 5억여 명, 세계인구의 7%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GDP(국내총생산) 규모는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단위가 움직이고 있지만, 유럽연합은 인민의 의지와 격리된 초국적 관료체제로 움직이고 있는 극명한 한계에 노출되어 있다. 더욱이 이 체제는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자본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망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각 국가들은 공동 가치에 기반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는 각국의 정치 및 경제상황에 따른 자국이기주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자는 "유럽연합의 청사진은 평화, 번영, 민주주의로 대표될 수 있으나, 현재의 상황을 보자면 암울한 형국"이라며 "구조적으로 민주주의가 결여된 나라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도 있어, 현 유럽연합은 기로의 서 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762쪽,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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