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다리 감각 둔해지며 마비증상, 원인 못 찾은 채 재활치료만…
휠체어에 앉은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몸을 일으키는 김하영(가명·38) 씨의 허리를 남편 박상규(가명·40) 씨가 감싸안았다. 조심스레 몸을 세우던 김 씨의 다리가 파르르 떨리다 다시 주저앉았다. 척추경색증으로 의심되는 원인불명의 다리 마비를 겪고 있는 김 씨는 벌써 1년째 말을 듣지 않는 다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 갑자기 찾아온 척추경색증, 다리 감각 무뎌지고 못움직여
김 씨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온 건 지난해 8월쯤이었다. 양쪽 무릎 앞쪽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더니 걸음걸이가 점차 불편해졌다. 계단을 오를 때도 난간을 잡고 겨우 한발씩 올라가야 했다. 증상은 계속 악화 됐다. 발가락부터 시작해 다리의 감각이 점점 둔해졌고 한 달 사이에 혼자서는 누운 자리에서 못 일어날 정도가 됐다. 두 달째에는 허벅지를 이쑤시개로 찔러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심각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병원을 찾는 것을 주저했다. 남편과 자신 모두 안정적인 직장이 없어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가운데 각종 검사와 치료에 너무 많은 돈이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픈 아내를 돌보느라 박 씨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 씨는 "혼자서는 거동을 못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일하려니 마음이 늘 불안했다. 일용직 현장에 사정을 얘기하고 점심 때 집에 와 아내 밥을 챙기고 대소변을 처리해준 후 다시 현장으로 뛰어가곤 했지만 결국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가 치료를 받게 된 건 월세가 6개월 이상 밀리면서 찾아온 집주인이 김 씨의 건강이상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집주인은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다리를 못 쓰고 있다'며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김 씨의 사정을 알렸고 그제서야 김 씨는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뒤늦게 찾은 병원에서도 김 씨가 아픈 원인을 찾지 못했다. 김 씨는 "병원을 옮겨다니며 온갖 검사를 받았지만 의사들도 확진을 못내렸다. 원인은 여전히 못 찾았지만 지난 6월에야 겪고 있는 증상을 바탕으로 척추경색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6월 말부터 입원 및 재활치료가 시작됐다.
◆ 재활치료 효과 보고 있지만 건강보험혜택조차 못 받아
김 씨는 두달 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10개월 가까이 바닥에 눕거나 앉은 채로 생활해 관절이 굳고 다리 근육이 많이 약해졌다. 병원에서는 김 씨의 기초체력이 약하고 무리한 재활이 병세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가급적 조심스럽게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김 씨의 다리는 체중을 지탱하지 못하고 완전히 펴지지도 않는다. 다행히 약해졌던 감각은 점차 돌아오고 있다. 김 씨는 "몸에서 뭔가 톡톡톡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움직임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김 씨에게 척추경색증 확진이 나오지 않아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이다. 매일 실시하는 재활치료를 받으려면 가장 저렴한 의료기관에서도 매달 150만원이 든다. 매달 8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남편 박 씨도 몸 여기저기가 불편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박 씨는 "30년 전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몸 여기저기가 불편하다.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3㎝이상 길고 오른손 신경도 손상돼 손가락을 제대로 못 쓴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도 부부 모두 근로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겨낼 생각이다. 김 씨는 "지금까지 받은 많은 도움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몸을 추스르고 일어난다면 앞으로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에게 베풀면서 갚아 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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