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예정지 주민에 거액 소음 배상해 논란 잠재워… 비용 낭비 비판도
독일 베를린 지역의 공항들은 폐쇄와 이전에 따른 주민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를린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노후한 옛 공항 이전터를 개발하고 대규모 신공항으로 거점을 옮기려 하지만 시민들은 접근성 하락, 소음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소음피해 반발, 정치적 보상에 '세금 낭비' 천덕꾸러기로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공항은 2006년 9월 5일부터 독일 수도인 베를린 남쪽에 맞닿은 브란덴부르크 주에 건설 중인 신공항이다. 베를린 중심가에서 남동쪽으로 약 18㎞ 떨어져 있다.
1991년 통일 독일의 수도로 베를린이 확정됐다. 당시 베를린 정부는 24시간 내내 운영하고 공항 소음에 노출되는 주민 수가 적으며 접근성이 좋은 단일 1개 공항을 만들고자 15년 간 계획한 끝에 기존에 운영하던 쇠네펠트 공항을 바로 옆으로 확장 이전하는 형태의 신공항 조성을 시작했다.
이곳이 개항하면 쇠네펠트 공항을 폐쇄한 뒤 활주로 등 일부 시설을 신공항에 흡수하는 한편 도심에 있는 테겔 국제공항도 함께 폐쇄할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2011년 10월 개항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소음 피해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불거졌다. 브란덴부르크 지역 주민들 반대가 이어져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공항 측은 야간 소음제한 등을 적용하기로 하고 건설 승인을 받았다. 공항운영회사인 FBB도 연방행정법원의 배상 명령 등에 따라 주민 배상을 실시했다. 개항 후 예상되는 소음등고선을 검토해 피해 예상지역 일대 2만6천가구의 개인에게 소음저감 창문 등 설비 설치를 지원(비용이 부동산 시장가격의 30%를 넘으면 현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이는 신공항 건설에 따른 잡음을 일시에 불식시키는 대신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왔다. 돈을 받은 개인 5천여 명 가운데 약 3%만 집에 소음저감설비를 시공해 문제가 됐다. 나머지 주민은 소음절감과 무관한 여행, 자동차 구입 등에 비용을 낭비했다. "소음 피해가 예상된다"는 안내도 없이 제3자에게 집을 매매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례도 빈번했다. FBB가 피해 주민들에게 한 차례 소음보상을 실시한 만큼 법적 책임을 덜긴 했으나, 개항 후 소음을 직접 체감할 주민들이 뒤이어 소음 보상을 요구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갈등을 무마하고자 정치권이 과도한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공항-주민 간 소통창구 '다이얼로그 포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공항 공동지역개발부서가 2006년 설립해 2009년부터 운용하는 '다이얼로그 포럼'은 이런 공항·주민 간 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주와 연방정부, FBB가 운영 예산을 지원해 지역사회와 공항 운영기업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소음 저감책을 논의한다.
랄프 바그너 FBB 소음저감부서장은 "피해 예상 주민에게 보상 비용만 지원했던 과거와 달리 주민이 인테리어 협력사를 불러 주택에 소음 저감장치를 먼저 설치하면 이후 FBB에 비용을 청구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포럼은 소음등고선을 구획해 보상 기준을 검토하고, 소음 저감책을 마련해 주민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테겔 국제공항 폐쇄를 반대하는 주민도 많아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브란덴부르크 신공항 공사가 티스푼 뜨듯 천천히 이뤄지면서 베를린 시민들은 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 완공 후 테겔 공항을 폐쇄할지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는 폐쇄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이 투표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고 시민 의견을 모으는 데 그치다 보니 정부는 테겔 공항 폐쇄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접근성 강화, 대규모 확장 통해 시민 불편 해소 계획
브란덴부르크 공항 2040 확장계획에 따르면 FBB는 2040년까지 신공항에 대해 단계적으로 6천만 여객 수송 및 4개 활주로로 확장하려는 목표다. 2015년 완공한 활주로 1본은 현재 쇠네펠트 공항이 활용하고 있다.
이곳이 개항하면 쇠네펠트 공항, 테겔 국제공항을 함께 폐쇄할 예정이다. 기존 두 공항에서 취항하던 모든 항공사 노선은 브란덴부르크 공항으로 신규 취항한다. 루프트한자, 저먼윙스, 이지젯, 게르마니아 등 항공사가 신공항을 허브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현재보다 더욱 뛰어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FBB 측은 보고 있다.
테겔공항 폐쇄에 따라 베를린 외곽까지 이동하는 불편을 상쇄하고자 FBB 측은 접근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공항 지하에 철도역을 설치, 고속철도를 포함해 3개 플랫폼, 6개 선로를 확보했다. 앞으로 베를린 중앙역과 신공항 간 15분 간격으로 이동시간 30분짜리 열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베를린 시내에서 쇠네펠트 공항까지 운행하는 공항버스, 독일 국영 철도회사의 광역 열차, 공항 전용 고속도로 출구, 1만대 용량의 주차장 건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루츠 바이저 AMD SIGMA GMBH 이사는 "공항 접근성이 기존 대비 낮아짐에 따라 접근성 확대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 공항이용객 50%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보고 불편 없이 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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