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팥빙수, 어쩌면 되겠니 너를

입력 2018-08-09 05:00:00

잘 나가는 팥빙수 가게 노하우 알아내기 시도
팥, 우유, 연유는 기본, 나머지 토핑이 옵션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가성비는 높아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러가지 팥빙수들. 촬영협조=텀트리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러가지 팥빙수들. 촬영협조=텀트리

떡볶이 가게에서 먹던 팥빙수는 아무리 되짚어 봐도 팥이 없었다. 정의 내릴 수 없는, 제멋대로 모양으로 대충 갈려나온 얼음 위에 빨간색, 파란색 즙이 올라와 달콤함을 더했고 소량의 우유가 더해지면 대구의 무더위도 견딜 만한 것이었다. 미숫가루가 빠졌군.

옛 기억을 살려 우연히 들른 팥빙수 가게에서 메뉴판 가격을 보고 기겁을 하게 된 뒤 묘한 정의감이 발동했다. 얼음을 부드럽게 갈아주는 빙삭기가 보급되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개인기 넘치는 레시피가 공개되는 시대에 팥빙수 고수들의 핵심 노하우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공리적 목적에 다다르자 '경제정의실현중년단체'라도 만들 기세였다.

◆들어가기 전에 1-우리는 왜 팥빙수를 줄기차게 먹고 다녔나

라면과 스프만 가지고도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 있듯 집에서도 맛있게 빙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 여겼다. 나름 잘 나간다는 집만 골라 다니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팥빙수 한 그릇에 1만원 안팎이 들어 재정 전략 면에선 폭망.

밥보다 비싼 디저트 팥빙수의 공통 원리를 따져봤다. 혀는 간사한 것이어서 먹는 족족 맛있다를 연발할 뿐 이성적 분석이 힘든 경우도 생겼다. 뭔가 억울했다. 비쌌다, 맛에 비해, 너무도.

◆들어가기 전에 2-주의 및 공지

"난 돈도 넉넉하니 그냥 맛집 투어할랍니다"하시는 분들의 취향을 고려해 진언 올리자면 하루에 1곳, 일주일 내내 팥빙수를 먹으면 탈이 나니 어쩌다 한 번씩 드시길 권장한다. 하루에 2그릇을 먹었더니 다음 날 화장실 직행.

'아이스크림 맛이 있어서 하나 먹고 둘 먹고 또 먹었더니 꾸르르르...'는 단순한 동요가사가 아니라 빙과류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지적한 과학적 근거를 가진 정설이다.

◆팥빙수 대박 가게-우리가 따라잡을 팥빙수들

가게 선택은 집단 지성, 도 좋지만 입소문의 힘을 빌렸다. 소셜미디어의 추천수가 많은 곳, 포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곳으로 정했다. 낮은 가격 순으로 정리했다. 팥이 들어간 가장 기본적인 메뉴를 선택했다. 팥빙수 혹은 밀크빙수, 말차빙수 등 이름은 가게에 따라 달랐다.

▷안동 맘모스제과

얼음빙수다. 비빔밥처럼 비벼 먹어야 한다. 우유를 넣은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 녹지 않는다. 비비고 3분 정도 지나니 조금 녹아 먹기 편해졌다. 연유도 거의 들어가지 않은 느낌이다. 단맛은 설탕에 조린 아몬드로 낸다. 아몬드가 워낙 많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는 시리얼을 얼려먹는다는 느낌도 잠시 든다. 얼음빙수는 마시기가 어렵다. 비벼먹거나, 녹여먹거나 둘 중 하나다. 후루룩 마시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강한 뇌흔들림을 감수하겠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6천원

▷예천 에펠제과

1인 1빙수는 공복에나 가능하다. 양이 많다. 그보다 도대체 팥을 이만큼 주면 어쩌자는 말인가, 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팥이 많다. 놀라움은 팥을 먹는 순간 터진다. 전혀 달지 않다. 동짓날 먹는 팥죽 맛이다. 팥빙수용 팥이 맞는지 1994년부터 영업을 해왔다는 주인에게 물었더니 "이 동네에서 산 팥을 소량의 설탕을 넣고 직접 졸여서 쓴다"고 짧게 답했다. 6천원

▷밀탑

팥빙수에 해당하는 밀크빙수를 주문하면 팥과 떡이 담긴 종지가 따로 나온다. 팥빙수 그릇이 밥 한 공기 크기. 빙수 내부에는 얼음과 연유만 들어있다. 팥 종지를 따로 준 건 팥에 자신있다는 걸로 해석됐다. 팥이 은근히 달다. 얼음의 아삭함이 끝까지 살아있다. 9천원

▶여기서 잠깐

30년 경력의 경상북도 최고장인, 이석원 랑꽁뜨레제과점 셰프에게 팥빙수와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팥빙수의 핵심으로 얼음, 우유연유(우유와 연유를 2:1 비율로 섞어 끓인 뒤 식힌 것), 팥을 꼽았다.

그는 "물로 얼린 얼음이 깔끔하며 좀 더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활용한다. 광주의 유명 제과점에서는 물이 소금을 통과하도록 해 얼음에서 찝찌름한 맛이 난다. 극소량의 소금을 포함한 얼음은 팥과 어울리면 깔끔한 맛을 낸다. 팥을 끓일 때 소금을 넣기도 한다"고 했다.

▷연운당

말차빙수가 팥빙수에 가깝다. 가볍디가벼운 눈꽃빙수 위에 생크림이 올라가있다. 생크림 무게 때문에 옆구리부터 파먹으면 쉽게 무너져 내린다. 입 안에서 금세 녹는다. 일본 유학파라는 이유만으로 얼떨결에 동석해 팥빙수를 먹은 동료 기자는 일본식을 표방하면서도 얼음빙수가 아니라는 것에 놀라워했다. 보다 정확한 평을 위해 일본인에게 물었더니 한국에서 들어온 눈꽃빙수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다고 했다. 9천원

▷도쿄빙수

빙수 먹는 법을 친절히 안내해뒀다. 비비지 말라고 해뒀는데 왜 그런지 빙수를 받아보면 바로 알게 된다. 우유빙수의 특징 때문이었다. 우유빙수는 빨리 먹지 않으면 바로 음료가 된다. 허겁지겁 드링킹도 가능하다. 그릇에 고인 단물은 빨대로 흡입했다. 부피는 컸으나 먹어보니 1인분이었다. 상당히 달았다. 9천800원.

이밖에도 맛있는 집으로 알려진 팔공산, 상인동 등 여러 유명 팥빙수 가게에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각자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돌발퀴즈

다음 빙수 중 우유빙수만 고르시오.

(힌트=화려하고 부피가 크면 대체로 우유빙수다.)

(가)
(가)
(나)
(나)
(다)
(다)

(라)
(라)

(마)
(마)

(정답=(다), (라))

(해설=(가)맘모스제과 (나)밀탑 (다)연운당 (라)도쿄빙수 (마)에펠제과)

◆유튜브에서 배운 팥빙수 제조법

유튜브에는 자신의 재능을 공유하려는 이들이 넘친다. '팥빙수 제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여러가지 레시피가 나오는데 그중 조회수가 높고 제조법이 간단한 것을 소개한다.

@집에서 만드는 초간단 콩떡빙수(이지연 전 KBS 아나운서 추천방법)

재료=인절미, 우유, 연유, 팥

1.우유(500cc)와 연유(50cc)를 지퍼백에 넣고 얼린다.

2.얼린 우유를 그릇에 담고 팥 넣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얼린 우유가 슬러시 형태가 될 때쯤 그릇에 담아야 한다. 성질 급하게 지퍼백을 찢거나 할 필요는 없다.

3.인절미 콩가루를 그 위에 뿌린다.

4.인절미를 얹고 그 위에 견과류를 올리면 끝

@제빙기, 빙삭기 없이 초코우유빙수 만들기(유튜버 제리팝 님의 동영상)

1.우유를 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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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초코맛과자를 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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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얼린 우유는 포크와 숫가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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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을 빻은 과자와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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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그릇에 덜어낸 뒤 아이스크림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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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취향에 맞게 토핑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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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철은 팥빙수의 계절이다.남매가 시원한 팥빙수를 맛있게 먹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은 팥빙수의 계절이다.남매가 시원한 팥빙수를 맛있게 먹고 있다.

◆내 멋대로 풍미, 가성비 갑

탕수육 소스를 부어서 먹느냐, 찍어서 먹느냐 아니면 그냥 소스를 무시하고 먹느냐는 '선택'을 즐기지 못해 난제로 만들어버린, 취향 통일을 지향하는 오래된 습관은 팥빙수에선 버려도 좋다. 섞어 먹든, 비벼 먹든, 얼음부터 먹든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절대적으로 개인 취향이므로 존중돼야 한다. 과일 위에 후추를 뿌린다든지, 염분을 섞는 방식으로 감칠맛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적당량이라면 권할 만하다.

개인 취향에 따라 빙과류, 우리 동네 용어로 '하드'를 녹여 팥빙수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시각적으로 다소 불쾌해 강력추천까지는 아니지만 맛은 괜찮아 가성비가 높다. 쿠X크, 메X나 등 우유 성분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섞으면 폭발적인 효과를 낸다.

외려 팥빙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하드 중에서는 팥빙수와 거리가 먼 것들이 있는데 우유를 먹기 힘들어하는 어린이용 하드로 보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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