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세상은 불공평하다. 원래 그렇다. 세상이 정의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또 앞으로는 있을까.강자중심, 부익부빈익빈, 로열패밀리가 아니면 오를 수 없는 임원 자리, 금수저가 아니면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세상, 그 앞에서 좌절한 적 없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막연한 희망과 냉정한 현실인식 사이에서 한 동안을 머뭇거릴 때가 있다. 마이클 샌델의 역작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 열풍 만큼이나 우리에게 세상의 정의를 찾아줬던가. 대체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민심을 선동하는가.

우리가 유전무죄 그리고 낙하산 인사에 좌절하고, 그것을 넘어 공분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 부조리함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은 그만큼 기존의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반증이리라. 희망은 의지를 결정한다.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노력하면 유리천장 너머의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견고한 유리천장이 있는 삶이라면, 차라리 노력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 노력해도 되지 않는 좌절도 지겨워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우리가 배워온 정의와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요즘은 나에게 유리하면 좋은 세상이다. 우리는 이기적인 사람이지, 성인군자는 아니니까. 정의의 편에 섰다고 믿고 있지만, 자신도모르는 사이에 불의의 손을 들어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출발선이 똑같을 수는 없다.마음이 아프지만 실력과 성공이 비례하지 않는다. 계급사회는 법적으로 종식됐지만, 부와 사회적 지위가 상속되는 신(新)계급사회에 살고 있다. 세상이 정의롭다는 믿음은 오히려 위험할 지도 모르겠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옛 말이 무색하게 현실에서는 악당들이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밝혀지지 않은 악당들 또한 있다는 것도. 세상이 그다지 이상적이지 않음을 알 때,부조리에 분노하지 않을 때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생각보다 쉽게 좌절된다. 이 나라를 탈출하면 달라질까. 정권교체가 되면 세상이 뒤집어질까. 혹자는 선거가 최악과 차악 사이의 선택이란다. 권력의 이동에 불과할 뿐임을. 저런 자들에 의해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모르고는 살아도 알고는 못 사는 기분이 든다.
현 상황에서 마음을 달래는 방법은 세상살이에 무관심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길게, 크게, 멀리는 세상이 선(善)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믿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테니까.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미약하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