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당뇨병 앓으며 생활고 시달리는 전다혜 씨

입력 2018-07-23 19:00:00

중학생 때부터 앓은 소아당뇨에 가정불화로 고3때부터 홀로 서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는 생활비 턱없이 부족… 사회복지 혜택도 못받아

중등 당뇨환자인 전다혜(가명·25) 씨는 왼쪽 발바닥에 화상을 입고 입원 중이다. 평소 당뇨 때문에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고 쉽게 피로해져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가정사로 인해 사회복지 혜택도 받지 못해 생활비는 늘 턱없이 부족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중등 당뇨환자인 전다혜(가명·25) 씨는 왼쪽 발바닥에 화상을 입고 입원 중이다. 평소 당뇨 때문에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고 쉽게 피로해져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가정사로 인해 사회복지 혜택도 받지 못해 생활비는 늘 턱없이 부족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중증 당뇨병 환자인 전다혜(가명·25) 씨는 왼쪽 발목에 깁스를 한 채 입원해 있었다. "지난주 발바닥에 상처가 있어서 병원에 갔더니 화상이라더군요. 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쳤어요." 전 씨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뇨합병증으로 손발 감각이 무딘 전 씨는 자신도 모르게 다치는 일이 잦고 회복도 느리다. 지난해 오른쪽 발바닥에 입은 큰 상처는 낫는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고, 5년 전에 빠진 오른쪽 손톱 두 개는 올 들어서야 다시 났을 정도다.

◆ 13세때 소아당뇨 진단받아…성인이 되기 전부터 홀로 생활

당뇨는 중학교 2학년 때 찾아왔다. 어느 날부터 늘 입이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매일 4ℓ 이상 물을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견디다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전 씨는 '소아당뇨' 진단을 받았고, 한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전 씨는 "어머니도 당뇨 환자였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냉담했던 아버지의 반응은 큰 상처였다.

그는 "오토바이 대리점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수입이 적지 않았지만 가정을 잘 돌보지 않았다"고 했다. 치료비를 주지 않아 외갓집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 정도였다고. 전 씨는 "부모님 사이도 좋지 않았고, 아버지는 딸만 세명인 점에 대해서도 불만도 컸다. 결국 고교 3학년때 두 분이 이혼하고 어머니와 살았다"고 했다.

어머니와 세 자매는 한동안 같이 살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전 씨의 두 동생은 아버지에게 돌아갔다. 이후 어머니는 심한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자 어디론가 떠난 후 연락이 끊겼다.

전 씨는 무심했던 아버지에게 다시 연락할 마음이 없었다. 병원 원무과에 취직해 생활비를 벌었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 집도 구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고 매달 70만~80만원을 벌어 생활비에 충당했다. 당뇨 때문에 쉽게 피로에 시달렸고, 귀가하면 지쳐 쓰러지면서도 악착같이 일을 했다.

꼬박꼬박 출근을 하는 대신, 병원 진료가 소홀해졌다. 적어도 한 달에 2, 3차례는 병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진료비 부담에 3개월에 한번씩 인슐린 주사제를 받을 때만 병원을 찾았다.

부실했던 건강 관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5년 만에 당뇨 경중을 확인하는 '당화혈색소' 검사 수치가 15를 넘나들었다. 정상인의 당화 혈색소 범위는 4.0~5.9정도다. 통상 8~12는 중등도 당뇨로 구분된다.

◆ 고된 일 몸이 못 버텨내는데 기초생활수급도 못 받아

결국 몸이 고장나기 시작했다. 4년 전에는 눈에 합병증이 생기면서 시력이 크게 떨어졌다. 치료비 부담에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다가 병을 키웠다. 요즘 작은 글씨는 거의 알아보지 못하고, 식당 메뉴판조차 읽기 어려울 때도 많다.

고된 일을 견디지 못하게 되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루 10시간 정도 야간 근무를 했지만 힘에 부쳐 차츰 근무 시간을 줄였다. 전 씨는 "요즘은 하루 4시간, 한 달에 열흘 정도 밖에 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짧은 근무시간과 불규칙한 출근을 이해해주는 업주를 만나 다행"이라고 했다.

형편은 극도로 어렵지만 전 씨는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 씨는 "부모님과 관계 단절을 증명해야 하지만 우편물을 보내도 회신이 없다. 다른 가족은 연락이 완전히 끊겼고 수년 전 부친의 가게를 찾아간 적도 있지만 문전박대 당했다"고 했다.

생활고는 앞으로도 헤어나기 어렵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월세 30만원을 내면 남는 게 거의 없다. 교회에서 만들어 준 반찬으로 한 끼 정도 때우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신용카드 부채와 통신요금 등이 쌓인 300만원은 갚을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이다.

차분히 얘기를 풀어가던 전 씨가 고개를 떨구고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것도 걱정이지만 혼자서 모든 걸 헤쳐나가는 게 너무 외롭고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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