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착한' 정부의 함정

입력 2018-07-23 05:00:00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문재인 정부는 '착한' 정부를 표방한다. '착한'이란 말이 늘 따라 다닌다. 문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착한 예산이 되고 착한 추경이 된다. 부자과세는 착한 과세고 청와대 초청 기업은 착한 기업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착한 경제요 착한 성장이다.

해주지 않고서야 착하다는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근로자 최저임금을 서둘러 1만원까지 올리려는 것부터가 그렇다. 올해 최저임금을 10.9% 올린 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 것'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사과했다. 내년부터 300만 가구가 근로장려금을 받게 된다. 예산은 4조원으로 늘었다. 저소득층 노인 기초연금은 30만원으로 올렸다. 노인층에 60만개의 일자리도 제공한다. 저소득층 청년은 현재 최대 90만원인 구직활동 지원금을 내년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 진료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도 현실화하고 있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일단 해주고 보자는 취지다.

취지가 착하다고 모든 정책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특히 미래 국민의 삶의 질이 담보되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재정이다. 문 정부는 지난 정부가 편성한 일자리 예산 17조9천억원에 더해 지난해 7월 추경 11조원을 편성했다. 올해도 본예산 19조2천억원에 추경 3조9천억원을 더했다. 2년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받아든 성적표는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고용쇼크다.

정부는 나아가 내년 470조원에 이르는 슈퍼 팽창 예산을 계획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2년간 연 20조원이상씩 세금이 더 걷히고 있는데 이를 아낌없이 쓸 계획이다. 지금이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청구서는 이 정권 이후에나 날아들게 돼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적자재정이 지속되면 2060년 국가 채무가 기존 예상보다 3천400조원 폭증한다고 경고했다. 각종 기금도 줄줄이 바닥난다. 지난 정부에서 20조원이상 쌓였던 건강보험적립금은 2026년이면 고갈되게 생겼다. 이후 건보료 인상 외엔 답이 없어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10조원 정도를 모아둔 고용보험기금도 실업수당 급증으로 2020년까지 버티기도 힘들게 됐다. 국민대다수가 노후를 의존해야 할 국민연금은 새 정부 코드에 맞는 기금운용본부장을 구하지 못해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을 한참 밑돈다. 현재 42조원의 여유자금을 가진 주택도시기금도 현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르면 빠르게 말라간다. 값싸고 안정적인 원전을 줄여나가면 머잖아 전기료를 안 올릴 재간이 없다.

국민들에게 많이 해주려면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돈 벌 궁리는 않고 저지레를 하고선 뒷수습은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 세금에 떠넘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이 아우성을 치자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은 예정에도 없던 대기업 갑질 조사 카드를 디밀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 짜 세계 1위를 만들었다'며 화살을 한국대표 기업에 돌렸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서 2만3천개 대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문정부 출범후 불과 2년사이 벌어진 일이다. 자영업 매출은 1년 새 12%가 급감했다. '착한' 경제는 허울 뿐이다. 이쯤 되면 착한 정부가 아니다. 그저 착한 척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부터 미래를 위해 '착한'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독해져야 한다. 지금 정부는 정치에만 독하고 경제에는 무르다. 이래서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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