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균형발전 정책 전문가들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 동력 상실 우려"

입력 2018-07-23 10:11:30 수정 2018-07-23 10:33:37

육동일 충남대 교수
육동일 충남대 교수

전문가들은 시기를 놓치면 자치·분권·균형발전 정책 추진은 물론, 이를 제도적으로 완성할 개헌 동력마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긴밀하게 연계돼 있지만, 양자가 정비례 관계보다는 상충적인 관계가 더 많다. 지난 노무현 정권때도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서 "현재 자치발전위와 균형위가 각각 분리돼 운영되는 상황에서 청와대 콘트롤 타워가 축소되거나 통폐합된다면 두 국정과제는 힘을 잃을 뿐만 아니라 대단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청와대에 지역수석을 만들고 그 밑에 자치비서관과 균형비서관을 둬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게 함으로써 노무현 정권의 정책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한다. 귀하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추진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오류를 빚으면서 전체적인 지방분권 추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승근 계명대 교수
이승근 계명대 교수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 상반기 발의한 개헌안은 결국 표결조차 못 하고 무산됐고 이후 개헌 동력은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대선 과정에서 나왔던 수준의 동력은 상당히 약해졌다"며 "깊이 있는 고민과 다양한 의견 공유 과정이 생략됐고, 야당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구하지 않는 등 과정 자체가 성급하게 흘러간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방향은 사라진 채 속도만 높이다 보니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여론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연내 개헌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부·여당이 이를 받아낼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보내고 있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
하혜수 경북대 교수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개헌 논의로 정국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되면 국회 에너지 자체가 개헌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다시 이를 꺼내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교수는 "국회에서 여야 간 논의를 통해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개헌안 내용들이 어느 정도 포함된다면 속도가 붙을 수 있겠지만 만약 차이가 많이 나는 개헌안이 나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나가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개헌 문제는 앞으로 더 어려운 절차를 밟아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며 지방분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불붙이는 것도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김태운 경북대 교수
김태운 경북대 교수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자치분권이나 균형발전이 주민들 입장에서는 피부로 잘 와닿지 않는다"며 "지방자치와 분권이 이뤄지면 내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당장 체감할 수 없으니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촉구나 분권형 개헌 요구가 동력을 얻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중앙 권력이 지방으로 넘어왔을 경우 엉뚱하게 남용되거나 오히려 나쁜 성과를 내고 시민들에게는 돌아올 이득이 없을 것이라 단정짓는 여론이 상당하다"며 "하지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촉구하고 논의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탄력을 받을 수 있으며 지금이 바로 그 때"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