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두산동에서 개인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5·여) 씨는 지난주 가게 문을 닫고 다단계에 뛰어들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에 내년도 최저임금마저 8천350원으로 크게 오른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업을 정리하며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손에 쥐었지만 별다른 경력과 기술이 없던 이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주변 인맥을 잘 활용하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 다단계 영업을 결심했다. 건강식품 다단계업체 판매원으로 등록해 독소를 빼준다는 디톡스 음료를 천만원 어치나 샀다.
이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단계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직도 큰 확신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체에서 약속한 고수익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매달 100만원 넘는 수익은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구 영세 자영업자들이 다단계로 내몰리고 있다. 오랜 경기불황과 구직난에 올해부터 두랏리수 인상률을 이어가고 있는 최저임금 후폭풍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다단계 판매원 소득은 매년 후퇴하면서 자칫 과거 조희팔 사건처럼 다단계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업 실적이 있는 대구 지역 다단계 판매업체는 6곳으로, 총 매출액은 459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6개 업체에 등록한 판매원만 14만7천868명으로,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다단계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문제는 다단계를 통한 소득 증대 가능성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다단계 업체에 등록된 판매원은 870만명으로 전년 대비 4.9% 늘어난 반면 매출액은 1.9% 줄어든 5조3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지난해 전혀 보수를 받지 못한 판매원이 전체 판매원의 82%에 달했다.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한 경우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정보 공개 대상에 오른 대구 A다단계 업체 역시 2017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2% 줄어든 반면 등록 판매원은 2천538명에서 2천996명으로 오히려 18% 늘었다.
이에 따라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1인당 보수는 평균 40만9천131원에서 19만2천55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판매 실적이 있는 판매원 430명에게만 지급돼 판매원 대부분은 한푼도 손에 쥐지 못했다.
대구 유통업계는 이처럼 다단계 판매원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영업 불황을 꼽고 있다. 장기 경기 침체에 최저임금마저 급격하게 오르면서 가게를 정리하는 자영업자가 부쩍 늘어났고, 새로운 부업으로 손쉬운 다단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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