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실험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입력 2018-07-18 11:17:51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2000년대 후반 대학을 갓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날을 회상하면, 참 비통함을 느꼈던 것 같다. 대학로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곳에 늘 붙어있었던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문구가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극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소모품이 되어간다'는 회의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나를 버티게 한 힘은 바로 그 문구였기 때문이다.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구로 돌아왔다. 그 이후 지금도 대학로를 가면 씁쓸함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실험보다는 흥행을 위주로 한 상업적인 공연들이 즐비한 모습 속에 나 역시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라는 문구가 잊고 살기 때문이다.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시간이 흘러 2010년대 후반,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그 문구를 가슴에 담고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실험이 이뤄져야 하고, 연극이 아닌 다른 공연예술분야에서도 그래야 발전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스타니 슬라브스키의 시스템에서 '반응'을 집중적으로 실험해, '아메리칸 액팅 메소드'를 구축한 샌포드 마이즈너가 그러했다. 실험적인 연극을 주도하며 연극계의 피카소로 불렸던 메이어홀드(스타니 슬라브스키의 후배이자 제자)의 제자 두브로빈 또한 메이어홀드의 신체역학을 집중적으로 실험했다. 두브로빈은 또 제자인 레프도진에게 신체역학을 전수했으며, 현재까지 세계적인 말리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실험적이며 진취적인 연극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공연예술의 발전은 기초예술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10월에 최영주 대표가 골목실험극장에서 진행하는 '실험극 페스티벌, Sound of 골목실험극장'은 희망적이다. 최 대표로부터 트레이너 및 연출자로 제안을 받았을 때, 다시금 머릿 속에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문구가 스쳐 지나갔다. 실험을 통해 새로운 메소드에 대한 고찰을 하며, 관객들에게 통상적인 연극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연극의 시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시대에 대한 고찰이 다양하게 이뤄지도록 제시할 것이다.

공연예술 중 연극은 관객과 직접적인 만남이 있는 분야다. 그렇기에 무대와 관객이 주고받는 에너지도 크다. 특히 소극장 공연은 배우의 연기력과 에너지, 나아가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실험적인 공연은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수도 있다. 현대 공연예술은 선택을 해야 한다.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시대에 편승하여 단순한 버라이어티가 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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