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내 삶을 지배한다. 수많은 저서와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치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팽배하다. 지방의회 무용론도 나온다. 누가 대통령, 시장, 도지사가 되더라도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정치가 내 삶과 세상을 바꿔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는 가부장적 권위를 고집한다. 고착화된 양당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견제받지 않는 거대 정당이 한국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거대 정당은 그 자체가 기득권이다. 양당제 아래에선 신진 정치 세력이 진출할 수 없다. 청년, 여성, 근로자, 장애인 계층은 공천받기 힘들다. 정권 교체만 있을 뿐, 정치 교체를 기대할 수 없다.
양당제는 소선거구제에서 비롯된 병폐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선거구제는 표심을 왜곡한다.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살펴보자. 지역구에서 1등으로 당선된 의원들로 253석을 채운다. 나머지 47석(비례대표)만 정당 지지율에 따라 분배된다. 승자 독식 구조다. 이런 제도에서는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 힘든 소수 정당이 의석을 갖기 힘들다. 소수 정당은 정당 지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의석을 가질 수밖에 없다.
6·13 지방선거에서 양대 정당은 전국 광역의회 의석을 싹쓸이했다. 더불어민주당(79.13%), 자유한국당(16.63%)의 광역의회 의석 점유율은 95.76%이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의석은 30석(지역구 27명+비례대표 3명). 더불어민주당이 5석, 자유한국당이 25석을 가져갔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35.78% ▷자유한국당 46.14% ▷바른미래당 10.78% ▷정의당 4.34% ▷대한애국당 1.32% ▷녹색당 0.65%이다. 비례대표 의석이 더 많았다면 표심 왜곡이 줄고, 소수 정당 진출도 가능했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 이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일고 있다. 특정 정당의 의회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직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바꾸지 못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선관위 안은 이렇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현행 47석)으로 늘리자는 방안이다.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한다. 예를 들면 서울 권역의 총의석수가 60석이라 가정하자. A정당이 서울에서 50%의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면 A정당에 30석을 배정한다. A정당의 지역구 후보가 18명 당선됐다면 나머지 12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선관위 안은 당시 학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합리적 방안이란 평가를 받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줄이고 다당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당제는 정당의 정책 경쟁을 유도한다. 또 정권의 독주와 거대 정당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다. 현 선거제도에서는 정당이 지역구 공천을 할 때 후보의 당선 가능성부터 판단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이 정책을 공약하고, 거기에 합당한 후보들을 공천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갖추면 정치는 좀 더 시민과 가깝게 된다.
좋은 정치는 거저 오지 않는다. 시민들의 지혜와 개입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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