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나 약손이 될 수 있다

입력 2018-07-16 13:41:24 수정 2018-07-16 19:04:39

김정철 대구 중부소방서장

김정철 대구 중부소방서장
김정철 대구 중부소방서장

지난 3월 세 번째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여대생 관련 뉴스가 있었다. 한 여대생이 1년 동안 두 번이나 심정지로 쓰러졌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빠른 신고와 응급조치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는 2만8천여 명, 하루 평균 79명이었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아무 조치 없이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4.7%에 불과하지만,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3배 이상, '자동심장충격기'(AED)를 함께 쓰면 10배 가까이 높아진다.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골든타임은 불과 4분. 무엇보다 환자 주변 시민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평소에 심폐소생술 요령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영화를 보면 심폐소생술에 대한 저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장면이 꼭 나온다. 그러나 국내 영화에서는 빈도가 적은 편이다. 아직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들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 규정한 구조 및 응급처치에 관한 교육은 교육 대상자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각 기업 및 단체에서 신규 직원에 대한 OJT 기간 중에 응급처치 교육을 포함시켜 심폐소생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대구에서는 팔공산 동화지구에 위치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나 각 소방서에서 기초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니 3시간 정도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기초이론부터 실습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과 같이 병행되어야 할 장비인 자동심장충격기의 보급 또한 절실하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의 2항에 따라 공동주택, 공공기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중이용시설 등에는 자동심장충격기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법에 따른 설치 의무 장소는 아니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선정해 자동심장충격기 설치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동심장충격기를 쉽게 접하지 못하고 사용법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사용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동심장충격기는 전원만 넣으면 기계에서 순서대로 조치 사항에 대한 안내음성이 나오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사용 가능하다. 우리 중부소방서에서는 시민들이 자동심장충격기를 응급상황에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홍보와 관심을 유도하려고 한다.

장마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 휴가철은 많은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계곡이나 강과 바다에서 물을 가까이 하면서 안타까운 익수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는 시기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 머리나 배가 아플 때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던 엄마의 손과 같이 휴가지에서 익수사고 등 주변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면 누구나 엄마 손처럼 약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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