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벤학원, 44년째 이어진 경주 수학여행

입력 2018-07-09 16:36:04 수정 2018-07-09 19:03:27

‘일제강점 반성’ 초대 이사장 신념
40여명 배 타고 부산항 거쳐 방문 다녀간 학생수만 2만여명 넘어

일본 관서지방 명문고 치벤학원 학생들이 일제강점을 반성하기 위해 44년째 한국 수학여행을 오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학생들에게 경주의 좋은 점을 많이 홍보해 달라며 당부하고 있다. 경주 이채수 기자
일본 관서지방 명문고 치벤학원 학생들이 일제강점을 반성하기 위해 44년째 한국 수학여행을 오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학생들에게 경주의 좋은 점을 많이 홍보해 달라며 당부하고 있다. 경주 이채수 기자

일본 치벤학원(智辯學園) 수학여행단이 올해도 경주를 방문, '한국으로의 수학여행'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관서지방 명문 사학인 치벤학원은 일본 나라현과 와카야마현에 위치한 학교이다. 치벤학원의 경주 수학여행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반성과 함께 일본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 필요하다'는 고(故) 후지타 데루키요 초대 이사장의 신념에 따라 44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제강점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수학여행을 오기 때문에 편리한 비행기가 아니라 배를 타고 매년 한국으로 온다.

지난 1975년 344명의 학생이 한국 수학여행을 온 것을 시작으로 매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학여행을 다녀간 학생 수만 2만여 명이 넘는다.

특히 세월호 사건이 있던 지난 2014년에 방문한 학생들은 부산항에 배편으로 도착한 뒤 팽목항을 향해 일제히 묵념을 올리며 또래 학생들의 죽음에 눈물을 쏟았다. 당시 이들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나선 경찰 사이카들도 이 모습을 보면서 '눈물의 에스코트'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통도 세월호 사건과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한국 상황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깨질 줄 알았던 전통은 김석기 국회의원(경주)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학원 관계자들을 설득해 다시 이어졌다. 한일의원연맹 상임감사인 김 의원은 희망 학생 13명을 모집해 명맥을 이었으며, 올해도 40여 명의 학생이 경주를 비롯한 한국 내 수학여행을 이어간다.

김 의원은 "수학여행은 한일 양국의 민간외교로서 큰 역할을 한다. 한일 관계가 경색될수록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교류가 더욱 필요하다"며 "치벤학원의 방한 수학여행의 의미를 이해하고, 양국의 학생들이 손쉽게 서로 배로 오가도록 경주~교토 뱃길 연결사업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치벤학원 후지타 기요시 이사장은 "선친의 유지에 따르고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하겠다"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 같은 전통은 계속돼야 한다. 내년에는 경주지역 고교들과도 홈스테이와 스포츠 교류행사 등으로 양측 교류 규모가 더 커지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방문한 치벤학원 고교생 40여 명은 8일 배편으로 부산항에 도착해 경주를 방문했다. 대전과 공주를 거쳐 서울에서 자매학교인 한양공고 학생들과 교류활동을 한 뒤 12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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