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버스기사 근무단축 첫날…주민 "갑작스러운 노선 폐지에 황당"

입력 2018-07-09 05:00:00

배차 조정에 엇갈린 반응, 업체 경영난 가중 우려…대도시 이직 기사 줄이어, 청도 노조 파업참여 결정

8일 안동시는 버스 운전기사 근로시간 단축으로 배차를 조정한 시내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같은 날 안동터미널 버스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안동 윤영민 기자
8일 안동시는 버스 운전기사 근로시간 단축으로 배차를 조정한 시내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같은 날 안동터미널 버스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안동 윤영민 기자

8일 오전 안동버스터미널 인근에 마련된 시내버스 승가장.

이날 안동에서는 처음으로 버스운전기사 근무시간 단축이 시행됐다. 운전기사 대기실에 들어온 버스운전기사들의 반응은 다소 조심스러웠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이제 막 배차조정 운행이 시작돼 아직은 이렇다 할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금에 대한 문제도 아직 합의된 바 없고 배차 간격 등 주민들이 겪게 될 불편도 드러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운전기사들은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어떻게 변동될 것인지도 알 수 없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도 미리 파악할 수가 없다"며 "수도권 기사들은 벌써부터 이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지역에선 옮길 자리도 없고 시행이 돼도 한동안 지켜봐야 득과 실을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현재까지 경북도내에서는 우려됐던 버스 대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버스업계와 운전기사들은 기사 충원과 임금 문제 등 후속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버스노선이 폐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영천~경주 시외버스 전면 폐지
영천∼경주 시외버스가 지난달 28일부터 전면 폐지돼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영천∼대구 무정차 버스도 5대가 운행중지됐다. 영천∼포항에는 오후 2시 55분 버스가 폐지되고 오후 4시 버스는 운행중지됐다. 영천∼구미에는 오전 10시 10분 버스가 폐지되고 오후 8시 15분 버스는 운행중지됐다.

경주행 시외버스를 이용해온 한 주민은 "처갓집에 가기 위해 영천시외버스 터미널에 갔는데 갑자기 버스 노선이 폐지돼 황당하고 불편했다"며 "영천∼경주 아화 시내버스와 경주∼영천 북안 시내버스의 운행시간이라도 맞춰주면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영천∼경주 시외버스 노선 폐지 후에는 기차를 많이 이용할 것 같다"며 "일부 버스의 운행 중지 및 폐지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버스운전기사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바뀔 배차에 관해서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안동에 사는 김모(30) 씨는 "아무래도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운전기사들의 피로도가 줄어들 것이고 주민들은 좀 더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아무래도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운행버스가 줄면 일을 다니고 볼일을 보는 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시내버스 업체 가장 민감
근무시간 단축에 가장 민감한 것은 시내버스 업체들이다. 이미 행정기관과 감차와 배차 간격을 늘리는 등의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버스기사 확보에 따른 경영난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까지 허용한 탄력근로제 도입에도 지금보다 운전기사를 30%가량 늘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운전기사 확보와 함께 임금협상 여부에 따라 경영악화가 우려된다.

안동지역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이전에도 경영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적자노선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는데, 인력난이 가중되면 적자노선부터 운전기사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행정기관 입장과 달리 버스업체들은 현실적인 생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경산버스 관계자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구로 연간 40~50여 명의 기사들이 직장을 옮기고 있다. 기회가 생기면 대구 시내버스 회사로 옮기려는 기사들이 줄을 서 있다"고 했다.

◆농어촌버스 파업 땐 큰 불편
대부분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농어촌버스는 파업 돌입 시 큰 불편이 예상된다.

청도지역에서 농어촌버스를 운영 중인 ㈜청도버스도 2차 조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도버스 노조는 지난달 말 임금협상 결렬시 파업참여를 결정했다.

지난달 26일 파업찬반투표에서 113명의 노조원 대다수가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한 김천버스㈜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인 3차 노동쟁의조정 협상을 앞두고 있다.

임준호 김천버스 대표는 "노조는 파업 찬성으로 버스 운행 중단을 예고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능력이 없다"고 했으며, 장준용 김천버스노조위원장은 "임금 감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 3차 노동쟁의조정 협상이 결렬되면 12일부터 버스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김천시민들의 발 노릇을 하고 있는 김천버스㈜ 운행 장면.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후 임금 삭감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은 오는 12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김천 신현일 기자
김천시민들의 발 노릇을 하고 있는 김천버스㈜ 운행 장면.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후 임금 삭감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은 오는 12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김천 신현일 기자

구미와 성주'고령, 칠곡'군위지역 버스회사들도 10일 열릴 예정인 경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과 경상북도버스운송사업조합 특별조정위원회의 2차 조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자체는 배차로 인한 시민불편과 임금에 대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산시 관계자는 "버스업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운행구간 단축이나 운행횟수를 줄일 경우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오지노선 손실금 보전 등 보조금 증액 등의 대안을 마련해 버스업계와 협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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