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도시 대구] 대도시의 편리함 좋지만 경제 침체 아쉬워

입력 2018-07-06 05:00:00

대구는 과연 살만한 곳일까? 설문조사

한때

한때 '고담 시티'라고 불렸던 대구이지만 살기에 그리 나쁜 곳은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은 대도시의 편리함과 여유로움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채근 특집부장 mincho@msnet.co.kr

대구는 사과, 섬유, 무더위, 미인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고담 대구'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고담시티'는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의 소굴이자 본산으로, 청산해야 할 온갖 적폐의 대명사이다. 대구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고담도시'라고 불리게 된 것은 워낙 강한 보수 성향으로 한 정당이 오랜 세월 독점하면서 국민적 손가락질을 받게 된데다,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등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대구를 보는 부정적 이미지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오래전 사고가 잊혀져 가고 있는데다, 새롭게 만들어진 관광 명소와 놀거리, 축제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구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SNS를 즐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구가 '빵 덕후들의 성지', '가성비 뛰어난 놀기 좋은 도시'라며 인기를 얻고 있고,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시민들 역시 살기엔 나쁘지 않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도시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증가하고 있다. 과연 대구는 불친절하고 보수 꼴통 이미지로 가득찬 살기에 좋지 않은 도시일까? 아니면 살만한 곳일까?

흔히 사람들은 "대구는 돈만 있으면 살만한 곳"이라고 한다. 우스갯 소리 같지만 이런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교통환경이 좋고, 자연재해의 피해를 크게 입지 않으며, 물가가 저렴해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자리가 부족하고, 침체된 경기로 도시 활력이 떨어지는데다 보수적 정서가 발목을 잡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신문이 창간 72주년을 맞아 SNS를 통해 대구에 거주하는 2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대구가 살만한 곳이라는 응답이 약간 더 많았다. 대체로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99명이었으며, 그저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87명이었다. 반면 대체로 불만족한다와 매우 불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79명이었다. 이를 백점 점수로 환산해 계산해봤더니 점수는 50.56점에 그쳤다. 전혀 만족스런 점수는 아니지만 '고담'이라 불릴 정도로 나쁜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응답자 중 대구에서 태어나 계속 이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155명이었으며, 타지에서 대구로 이주해 온 이들이 110명이었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대구가 살기 좋은 이유로(복수응답) ▷편리한 교통(165명) ▷적은 자연재해(119명) ▷낮은 물가(116명) 등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주거(75명) ▷교육(69명) ▷의료접근성(55명) ▷인접한 자연환경(48명) 등을 장점으로 꼽은 이들도 많았다.

반면 대구가 다른 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으로는(복수응답)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 부족(191명) ▷보수적 정서(186명), ▷침체된 경기와 낮은 도시활력(185명)을 공통적으로 지적했으며 뒤를 이어 ▷레저 및 문화생활(80명)이라고 응답했다. 워낙 산업 기반이 없다보니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어도 머물수 없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무언가를 일궈내기에 어려움이 큰 도시라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평가한 대구의 점수는 그리 나쁘지 않다. 생활 편의성 측면에서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특유의 번잡함 없이 여러가지 편리하고 만족할 만한 생활을 누리기에 충분한 곳이라는 이야기다. 주거비와 생활비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의료와 교육 등의 생활 혜택이 뛰어난 곳이다. 특히 직접 면접조사를 실시한 10명의 인터뷰이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적당한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좋은 도시"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발전가능성이 낮고 정치적 성향의 한계가 크다는 부분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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