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고향의 봄, 봄이 온다

입력 2018-06-14 14:27:55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중략)…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지난 4월 말 판문점 남북 정상 회담 만찬장에서 남녘 어린이가 부른 '고향의 봄'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10년 전 '어린이병원' 건립에 힘을 보태고자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남과 북이 함께 불렀던 노래도 바로 '고향의 봄'이었다. 지난 10년, 남북관계의 '혹한기' 동안 북녘 어린이들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70여 년이라는 분단의 역사는 남북 간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큰 차이를 낳았다. 남한은 전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갖추었고, 북한은 사회주의 무상의료 체계를 갖추었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 구소련 체제의 붕괴와 잇따른 자연재해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남북 간 '기대수명'이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등 여러 보건지표에서 '건강 격차'가 커졌다.


최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통일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나무를 벨 1시간을 준다면 45분을 도끼 가는 데 쓰겠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링컨 대통령의 명언이다.


남과 북이 몰랐던 서로를 알아가고 차이를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이 '통일 준비'의 시작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 간의 접촉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는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와 협력이야말로 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독일의 통일과정에서도 보건의료 분야가 교류의 물꼬를 텄고, '통일의 밑바탕'이 되었다. 1974년 '동서독 보건협정'으로 시작된 교류와 협력은 통일 이후 독일 사회의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남북한도 '보건의료협정'을 통해 교류와 협력의 기틀을 만들고 '건강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 북한이 원한다면 어린이 영양개선사업, 의약품 지원 등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병원, 제약 공장 등 보건의료 '인프라' 재건도 도와야 한다. 남북 보건의료 분야 연구ㆍ개발(R&D) 추진도 새로운 교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김동은 계명대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아울러 통일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보건의료 체계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남한은 우월하고, 북한은 낙후되었다'는 일방적 추론 하에 북한의 제도를 남한식으로 바꾸려는 접근은 위험하다. '의사담당구역제' '의료전달체계' 등 북한 의료제도가 가졌던 장점은 접목해야 한다. 일차 의료체계의 모범으로 여겨졌던 동독의 '폴리클리닉(polyclinic)' 시스템이 안타깝게도 통일 과정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로 인해 남녘과 북녘 사람들 '마음의 장벽'이 '휴전선 장벽'보다 높을지 모른다. 그러나 보건의료 분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 '온정'을 나눈다면 '분단의 장벽'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