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240억 쏟아붓고 이름만 남은 특화거리…경관 개선에만 신경

입력 2018-06-06 19:00:00

8년 간 240억원 투입됐지만 효과는 "글쎄요"

대구 남구의 테마·특화거리가 12개나 되지만 특색이 없고 인기도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남구 대명공연거리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남구의 테마·특화거리가 12개나 되지만 특색이 없고 인기도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남구 대명공연거리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5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남구바다맛길. 이 일대는 1990년대 번개어시장 회골목으로 불리며 횟집 40여곳이 성업했던 곳이다. 남구청은 지난 2011년 이 곳을 바다맛길로 지정하고 조형물과 간판, 공영 주차장 등을 조성했다.

그러나 현재 이 곳에 남은 횟집은 8곳에 불과하다. 업주 서모(62·여) 씨는 "바다맛길이라고 지정했지만 다른 횟집들과 차별화된 특징이 없다"면서 "단골손님들로 근근히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미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봉덕동 한미친화의 거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남구청은 2년에 걸쳐 이 곳 인도를 확장하고 조형물을 설치했지만 거리는 한산하다.

음식점 주인 김모(38) 씨는 "거리 조성 후에도 손님은 더 늘지 않았다. 예전부터 오던 미군 단골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대구 남구청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특화거리' 조성 사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권 활성화를 한다며 조형물 설치 등 경관 개선에만 매달릴 뿐 조성 이후에는 대책없이 방치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2010년 이후 남구에 조성된 특화거리는 ▷안지랑곱창골목 ▷봉덕맛길 ▷바다맛길 ▷앞산맛둘레길 ▷앞산카페거리 ▷ 대명공연거리 ▷한미친화거리 ▷문화예술생각대로 ▷앞산자락길 ▷안지랑녹색테마가로 ▷이천동고미술거리 ▷녹색길 등 12곳에 이른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 240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특화거리는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음식점 60여곳이 영업하던 앞산 맛둘레길은 현재 15곳만 남았다. 조형물 조성과 보행 환경만 개선됐을 뿐 방문객을 유인할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른 원주민 내몰림 현상)도 번지고 있다. 앞산 카페거리는 전체 음식점 48곳 중 카페는 19곳에 불과하고, 그 중 7곳은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다. 카페 업주 박모(48) 씨는 "카페 거리가 인기를 끌면서 임대료가 올랐고 개인 카페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거리의 특색이 사라지면서 방문객도 줄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구청은 여전히 특화거리 사업에 골몰하고 있다. 구청은 올해 이천동 테마거리와 앞산 생태탐방로 경관조명, 앞산 카페거리 셰프 조형물 설치 등 거리조성 공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7월 착공 예정이던 이천동 테마거리는 물(상수도)을 새로운 테마로 추가하려했지만 대구상수도사업본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고, 앞산생태탐방로 경관조명공사도 너무 밝아 불편하다는 주민 민원에 막혀 재검토 중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특화거리는 상권 활성화 뿐만 아니라 도시경관 개선효과가 있다"면서 "대명공연거리 로드페스티벌, 안지랑곱창 젊음의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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