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유독 우리나라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는 우여곡절 스토리가 있다. 순탄치 않았던 그의 53년 인생 만큼이나 그의 걸작들도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19세기 후반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의 중심이었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웅장함과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서정성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울하고 슬픈 정서가 그 매력이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일찍 여읜 후 갖게 된 트라우마에 결혼 실패 등 좌절의 개인사가 합쳐져 염세적인 작품세계가 형성되었으나, 무엇보다 타고난 멜로디 감각으로 만들어진 절절한 악상은 한 번만 들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치명적인 흔적을 남긴다.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의 주제곡이자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연주하고 싶어하는 피아노 협주곡 1번 작품 '23'은 처음 구상될 때, 심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본래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동료이자 선배였던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을 위해 쓰여졌는데, 카덴차를 포함한 여러 악구들이 연주에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시한 루빈스타인의 의견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게 되었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침범당했다고 생각한 차이코프스키는 작품을 수정할 생각이 없었고, 피아니스트로 자존심이 강했던 루빈스타인은 이대로라면 연주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결국 이 곡은 독일 출신의 피아니스트 한스 폰 뷜로가 초연을 맡았고, 엉뚱하게 미국 보스턴에서 첫 선을 보였다. 한 때, 가장 친한 친구였던 차이코프스키와 루빈스타인은 한동안 소원한 관계로 지냈지만 두 사람 모두 마음을 바꾸게 된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도 초연 때 큰 실패를 맛봤다. 1877년 발표한 '백조의 호수'는 알렉산드라라는 이름의 차이코프스키 여동생이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단편 발레 음악들에서 힌트를 얻었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청중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는데,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음악이 지나치게 훌륭한 탓이었다. 춤보다 음악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백조의 호수'를 청중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이에 상처받은 소심한 성격의 차이코프스키는 다시는 발레곡을 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다행히 마음을 바꿔 '잠자는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의 걸작을 남긴다. 첫 발레곡의 실패가 그로 하여금 다른 장르의 작품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다행스런 전화위복이었다고나 할까. 당시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듣는 이들의 가슴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 멜랑콜리의 선율과 장대한 관현악법을 구사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스타일이 발레 음악과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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