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원자력, 11시 58분

입력 2018-05-28 11:18:51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야누스(Janus)는 문(gates)과 대문(doors), 문간(doorways), 처음과 끝이자 시작과 변화를 상징하는 신으로 묘사된다. 2개의 방 사이에 있는 문은 어느 쪽에서 여느냐에 따라 앞뒤가 바뀐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를 테면 앞뒤 문마다 하나씩 얼굴을 가진 것으로 봤다. 두 얼굴의 야누스는 여기서 등장한다.

야누스는 평상시에는 자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전쟁이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잔혹한 얼굴로 180도 바뀐다. 영어에서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January)도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 1월은 지난해와 새해를 드나드는 문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야누스는 '원자력'을 말할 때 단골 키워드다. 원자력은 잘쓰면 약이되, 못쓰면 독이 되는 두 얼굴을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원자력은 현대 에너지원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발전량의 대부분을 원자력 발전소에 의존한다.

인류가 새로운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이용하게 된 것은 불과 100년도 되지 않는다. 1934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페르미는 원자의 핵분열을 발견했다. 1933년 졸리오 퀴리 부부가 알루미늄과 알파선을 이용해 인공 방사선 원소를 얻은 다음해였다. 페르미는 알루미늄 보다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에 중성자를 부딪히면 우라늄 원자가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낸 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인류는 위대한 과학의 업적을 곧잘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수가 많았다. 결국 원자력의 발견도 '평화'란 수식어보다는 ''핵 위협이란 키워드가 더 익숙했다.

원자폭탄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우라늄 원자가 핵분열을 하게 되면 바륨과 크립톤이라는 작은 원자로 쪼개지는 동시에 몇 개의 중성자가 튀어 나온다. 이 중성자가 옆에 있는 우라늄 원자핵을 때리면 이 우라늄핵이 분열되고 또 중성자가 튀어나오기를 반복, 한 개의 중성자만으로도 계속적인 핵분열이 일어난 다. 바로 연쇄 반응이다. 하지만 일정량 이상(임계질량)이 모이지 않으면 충격을 가해도 폭발하지 않는다.

페르미 등에 의해 이런 사실이 발견되자 미국은 바로 원자 폭탄의 제조에 착수했다. 이렇게 만든 원자폭탄은 1945년 7월 16일 시험을 거쳐 불과 20일이 지난 8월 6일에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됐다. 이 한 발로 2차 세계대전은 끝을 맺었지만 원자폭탄은 인류에게 '불안'이란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

원자력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동시에 핵무기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지속적으로 생산, 핵무기 제조란 유혹도 부추긴다.

미국 시카고대학 물리학회지를 중심으로 미국의 원자폭탄 제조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요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운명의 날 시계'가 2017년에 비해 30초 더 자정에 가까워졌다. 이 시계는 지구가 핵전쟁과 기후변화 등으로 종말(자정)을 맞이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2018년 발표된 운명의 날 시계는 자정까지 2분을 남겨둔 11시 58분이다. 원자력이란 야누스는 앞으로도 점점 더 찡그진 얼굴로 지구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

국립대구과학관 홍보협력실장 이지훈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