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뿐인 공산품 품질관리, 구멍 뚫린 국민 안전

입력 2018-05-07 00:05:00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이어 '라돈 침대' 사태까지 터지자 공산품 제조'유통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진침대의 일부 매트리스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되자 공산품 품질관리가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마저 높다.

문제의 대진침대는 2010년부터 4개 모델의 침대 매트리스 커버에 음이온 파우더를 도포해 판매해왔다. 그런데 한 소비자의 자가측정 결과 업체 홍보와 달리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다량으로 나온 것이다. 실내라돈저감협회가 시료를 얻어 측정해보니 실내 기준치의 3배가 넘는 라돈이 확인됐다. 표준과학연구원 측정에서도 라돈을 뿜어내는 우라늄 등이 매트리스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이번에도 공산품 제조'유통을 허가하는 정부와 관련 연구시험기관이 품질 테스트도 없이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에 대해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고, 정부도 아무런 검사 없이 제조'유통을 허가한 것이 비극의 발단이다.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들이 이렇듯 마구잡이로 시중에 판매되지 않느냐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라돈 등 방사성물질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낮은 인식도 심각한 문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실내 라돈 발생을 엄격히 규제한다. 하지만 우리는 환경부의 신축 공동주택 실내 공기질 권고 기준(200Bq/㎥)이 전부다. 건축자재나 완제품의 경우 아무런 기준도 없다. 또 공산품 품질표시 의무화 등 관련 규정도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으니 이런 불상사가 되풀이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국민 안전에 최대 위협 요인이라는 말이다.

다른 침대 브랜드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지 당장 조사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방사성물질 성분표시제나 사전 안전기준 검사제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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