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어느 휴게소에 정차한 관광버스에서 내린 장애인 30여 명이 승차를 거부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운전기사를 교체하든 아니면 타고 온 버스를 교체해달라는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지난 3월 경북도는 평창패럴림픽 관람을 위해 도내 각 지역에서 임차버스 21대(650명)를 강릉 컬링센터까지 운행했다. 사건의 발단은 그중 경주에서 출발한 버스에서 음악을 들려 달라는 장애인 요구를 운전기사가 무시하는 등 불친절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장애인 학부모가 '무릎호소'(6개월)로 노력했지만, 건립 반대 주민의 고성과 야유로 설명회는 얼룩졌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족한 인식의 현주소가 이렇다.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자립생활을 정책 목표로 삼아 '포용사회'(Inclusive Society)를 비전으로 제시하는 등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에 담았다.
경북도는 전국 최초 경북여성장애인복지관(2016년 12월 개소'포항)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지원센터(2017년 3월 개소'안동), 장애인권익옹호기관(2017년 12월 개소'포항) 등 인프라를 확충했다. 장애인건강권법 등에 근거해 경북권역재활병원(2020년 3월'경산)을 개원하고, 2020년까지는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1곳)와 장애인건강검진기관(4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장애인주치의 제도 도입과 장애어린이재활병원 신설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 없이 정책으로만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 정창권 고려대 교수는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책에서 "근대 이후 경제력과 효율성'상품성만을 최고로 여기는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서서히 경쟁력을 잃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 것"이라 서술했다. 전통사회에서는 '몸이 불편한 사람' 정도였던 것이 근'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노동생산성'이 평가 척도로 여겨져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세계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켜 왔다.
유엔(UN)이 1981년을 '국제 장애인의 해'로 정한 이후 개인이나 국가가 시혜하는 차원에서 지원하고, 장애인이 무조건 고맙게 받는 것도 통하지 않게 됐다. 같은 해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인격 주체이고, 국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역 사회에서 존엄성이 보장되고, 자립이 촉진되며, 나아가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2008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해 개인의 고착된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태도 및 환경 장벽이 상호작용해 그것이 좋아질수록 장애인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자각했다.
도내 등록장애인은 17만2천533명(2017년 12월 기준)으로 장애 인원을 분석한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4.7%만 선천적 장애인이다. 출산(1.3%)과 원인불명(5.1%)이 일부이며 대부분 후천적(88.9%)으로 장애인이 됐다.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우리는 장애인 모두가 인간의 존엄을 태어나는 순간 이미 갖췄고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 아울러 그들에게 인간으로서 도움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권리를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람 중심,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경북도는 최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봄꽃이 만발한 화창한 봄날처럼 모든 장애인이 환하게 웃는 날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