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술년 개띠 해다. 그래서 어느 단체는 2018년의 트렌드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를 선정했다. 최근 사회 다방면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표출되고 있다. 원래 'Wag the dog'은 금융시장의 용어로 주식시장에서 선물이 현물시장을 좌우할 때 쓰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사은품을 본 상품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대중매체보다 인기를 끄는 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교육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대입전형 전체를, 수능최저가 수시 전체를 뒤흔드는 언론 보도를 접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대교협 시행계획자료에 의하면 2019학년도 대입은 전국 모집인원 34만8천834명 중 수시 학생부 교과 41.4%, 수시 학생부 종합 24.3%, 수시 기타 9.4%, 정시 20.7%, 기타 4.2%로 선발한다. 최근 학종에 대한 논란은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국한됨을 알 수 있고, 대학입시가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흘러감을 엿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최근 교육계의 극심한 혼란은 교육 관련 주체들의 다양한 셈법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입제도와 전형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찾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가 촉발된 것은 '수능최저 폐지'와 '정시 확대' 방침 때문이다.
수능최저 폐지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전형의 단순화 측면에서 적극 권장하는 사항이다. 수시전형의 본질을 생각하면 수능최저 폐지는 오히려 수시전형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대학은 수시에서 수능최저라는 변별 도구가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지역에 따라 의견이 나누어진다. 서울 강남이나 대구 수성구 등 수능 강세 지역의 학부모는 수능최저 폐지를 반대하고, 특목고나 수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에서는 찬성하는 편이다. 결국 교육부는 단순화와 공정성을 앞세운 '제도의 정착', 대학은 '선발과 모집', 학생과 학부모는 '준비'의 측면에서 입시제도의 변화에 셈법을 달리한다. 대입제도의 논쟁이 '공정성'에서 출발하지만 결과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시 확대 방침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 선정과 관련된 특기자'논술전형의 축소와 관련 있다. 대학은 내년부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모집 부담으로 교육부 지원 사업 선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가요소인 수능최저 축소 및 폐지, 특기자'논술전형 축소의 고민을 수시 학종과 정시 확대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현재까지 발표한 대학의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대체로 7대 3 정도에서 수렴되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수시 학종 소폭 증가, 정시 소폭 증가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
매우 혼란스러운 듯하지만 사실 큰 변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detail)의 문제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큰 틀에서의 대입전형 변화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전형은 무엇인지, 내가 희망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모집인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의 모집인원 중 정시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수시 학종 모집인원이 늘어난 학과도 있고, 정시 인원이 오히려 줄어든 학과도 있다. 대입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이를 이해관계에 맞게 해석한 결과이다. 본질을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대입을 준비할 시점이다.
'준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입은 교과 내신, 교과 및 비교과 활동, 논술, 수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자신에게 적합한 항목을 선택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학업 역량을 높여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1학년 때에는 모든 항목에 최선을 다하고, 2학년 때에는 1학년 학업 결과를 바탕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최적의 항목을 선택하여 집중한 후, 3학년 때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큰 틀 속에서 학업 로드맵을 계획하여야 한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이송안 발표로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느낌이다. 이럴 때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선택하고 집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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