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유학탈북과 교육부

입력 2018-04-11 00:05:00 수정 2018-05-26 22:36:41

탈북자가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다. 북한의 단속 강화가 탈북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 단속은 과거에도 있었다는 점에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어렵다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시절'만큼 절박하지는 않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 같다. 당장 굶어 죽을 상황이 아닌데, 구태여 목숨 걸고 탈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탈북자 가운데 한국(서울)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북한을 떠난 '유학형 탈북'은 늘었다는 분석이다. 생존을 위해 탈북할 필요는 없지만, 자식 교육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하는(또는 자식만 탈북을 감행시키는) 북한의 노동당 간부와 돈주(=북한식 사업가)가 많다는 것이다. 정말, 자식 교육에는 모든 걸 다 바친다는 점에서 분명 '우리는 하나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 교육은 '어느 (명문)대학에 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대학 입시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는 학부모들이 목숨을 걸고 절규하는 핵심 가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그동안 겉으로 추구하는 목표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추진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모집은 금수저들의 깜깜이 전형으로 변질됐다. 최대 피해자는 서민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다. 이들은 비록 고액 과외를 받을 형편은 안 되지만 그래도 스스로 공부해 (고액 과외를 받은) 금수저 못지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학종 등이 요구하는 멋진 스펙과 내용을 채울 만한 컨설팅을 받을 돈이 없을 뿐이다. 유명 학술지에 이름을 슬쩍 올려줄 부모가 없을 뿐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아니라 부모(조부모 포함)의 능력에 따라 대학과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 과연 교육의 정상화이고 공정한 사회인가?

행복은 절대로 성적순이 아니다. 성적이 인격과 미래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성적이 다른 어느 것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따라서 대입 전형의 기본은 학생들의 능력과 노력을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볼 수 있는 수능 중심의 '정시'이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수시모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객을 은근슬쩍 바꾸는 것은 금수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음모(?)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수능을 무력화시키는 정책과 수능을 강화하는 정책을 번갈아 발표한 우왕좌왕 교육부가 여론 폭탄을 맞고 있다. 이러다간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자식을 유학탈북시킨 부모들에 의해 평양에서 열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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