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확정] 단일화 무산된 4자 대결, '현역 프리미엄' 표 몰려

입력 2018-04-10 00:05:00

싱겁게 끝난 경선…세 후보 지지층 표 분산 여론조사 큰 격차 따돌려

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6
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권영진 후보가 경쟁 후보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재수'이진훈'권영진'이재만 후보, 홍문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 김상훈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현역 프리미엄은 강했다. 권영진 후보(현 대구시장)는 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멀찍이 따돌리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이재만 전 한국당 최고위원,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경선에 뛰어들면서 만들어진 4파전 구도는 결국 인지도에서 앞선 권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자구도에서 현역이 유리하다는 정치권 격언이 이번 한국당 대구시장 경선에서도 여실히 확인된 것이다. 특히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권 후보에게 표가 집중된 것이 이를 방증했다. 경선 승리를 거머쥔 권 후보는 한국당 대표 주자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 재선에 도전한다.

◆여야 '빅매치' 무산

대구시장 경선은 '김부겸(행정안전부 장관) 변수'가 사라지면서 싱겁게 끝났다. 애초 대구시장 한국당 공천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후보를 앞선 김 장관의 대항마가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 장관의 출마 여부가 확정되는 공직자 사퇴시한(3월 15일)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선을 치를지, 전략공천으로 방향을 틀지를 두고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김 장관의 불출마가 확정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됐고,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가장 무난한 경선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당으로서는 자존심과 같은 대구를 지킬 공산이 커졌다는 점에서 안도할 수 있었으나 여야 '빅매치' 무산은 대구시장 선거를 전국적 관심에서는 멀어지게 했다.

◆복병 되지 못한 '단일화 무산'

김 장관 불출마 변수를 넘은 권 후보는 도전자들의 단일화 무산이라는 마지막 '복병'까지 뛰어넘으며 순탄한 경선 일정을 소화했다. 책임당원 확보는 후보별 능력(?)이라고 하더라도 50%의 비중을 가진 일반 여론조사에서 후보 단일화는 '권영진' 대 '반(反)권영진'이라는 양자 대결구도를 만들어 일반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만했다.

실제 단일화 무산으로 치러진 경선에서 권 후보는 책임당원 투표(모바일+현장투표)에서 타 후보를 앞섰을 뿐만 아니라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세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여론조사에서 권 후보는 9천779표를 받아 이재만(4천388표), 이진훈(2천496표), 김재수(1천101표) 후보를 능가했고 이들 세 후보의 합산 표(7천985표)보다도 많은 표를 받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만약 세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권 후보의 실정(失政)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정책 승부를 노려볼 만했다"면서 "결국 단일화 실패는 세 후보군의 지지층을 한데 모으지 못했을 뿐 아니라 표의 분산을 가져온 원인이 됐다"고 했다.

◆예비후보 등록 강수로 재선 의지 다져

권 후보가 한국당 후보로 낙점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홍준표 당 대표와의 '불화설'은 그에게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홍 대표는 지난해 12월 "우리 당 소속이면서 마치 우리가 개헌에 반대하는 것처럼 악선전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용서치 않겠다"고 밝히며 6월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를 동시에 하는 게 옳다고 밝힌 권 후보를 직격했다.

현역 단체장 지지도가 당 지지도 70% 이하이면 '컷오프'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한 한국당의 공천관리 지침 또한 권 후보를 긴장하게 했다. 그러나 '김부겸 변수'가 사라지면서 대구시장 선거가 한결 수월해지고, 동시에 홍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 등이 일면서 권 후보를 향해 옥죄어 오던 올가미는 느슨해졌고, 결국 경선 열차 탑승의 기회를 열어줬다.

악재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 권 후보는 지난달 23일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선거사무소를 열며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채 재선의 길 열기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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